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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빡침 레전드 - 알바로 모은 3천만원을 빌려달라는 사촌오빠 본문
안녕하세요 저는 22살 대학생입니다.
제 고민이 카테고리에 안맞는건 알지만 꼭 좀 인생 선배님들께 조언을 얻고 싶어서 여기다가 글을 올립니다.
우선 저는 16살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언니와 둘이 자취를 했습니다. 비만 오면 물이 새고 낮밤 안가리고 시도때도 없이 바퀴벌레가 뚝뚝 떨어지는 원룸에 살았고 보일러가 고장나 드라이기로 몸을 녹이며 반드시 번듯한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아이돌 사진을 볼때 저는 인터넷으로 새아파트 사진을 구경하며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학업과 근로학생, 주말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하루에 4시간 남짓 자며 생활했습니다.
방학때는 공장 주야2교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돈을 모았고 현재 생활비로 쓴 돈을 제외하고 3천만원이라는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돈이 모였습니다. 사회인분들께는 푼돈 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적금통장에 찍혀잇는 돈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때마다 은행 건물 뒤에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외가쪽 사촌오빠가 반찬을 가져다 준다고 저와 언니가 사는 집에 잠시 들럿다가 제 책상위에 잇던 통장을 본 모양입니다. 알바를 열심히 하는건 알앗는데 벌써 3천이나 모았냐고 자기가 더 호들갑을 떨더니 다녀간 뒤로 계속 이번에 자기가 서울에서 (디지털단지쪽에서 유통? 통신업? 뭘 한다는데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사업을 좀 크게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3년안에 2배는 더 불릴 수 잇다고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언제 또 외가식구들한테 말했는지 외숙모랑 할머니도 전화하셔서 어렸을때 우리가 너네 많이 도와줫는데 3천만원정도도 못빌려주냐, 확실한 사업이다, 피붙이한테까지 사기를 치겟냐 등등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하시고 언니한테까지 저 좀 설득해보라고해서 언니가 이제는 질리다못해 걍 빌려주는게 어떻겟냐고 할 지경입니다.
저도 22살이고 어느정도 세상물정 알고 세상에 그렇게 쉽게 돈버는 방법은 없다는걸 압니다. 하지만 단칼에 잘라내자니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남은 유일한 친척들인데 영영 못보고 살게 될것같기도 하고 제가 어렸을때 가끔씩 와서 20kg 짜리 쌀 사다주시고 가고 하던게 기억나서 마음이 안좋네요.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할수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후기
댓글은 어제 저녁부터 틈틈히 읽엇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댓글 빠짐 없이 읽어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돈자랑은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친구들 앞에서도 모아둔 돈얘기는 절대 하지않았고 어디에 털어놓을 데도 없엇는데
댓글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반성도 많이 하고 그동안 제가 참 바보같았다는 생각을 많이 햇습니다. 훤히 속내가 보이는데도 몇 안남은 가족이라는 생각에 꾹 참고 붙들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7시에 할머니가 다시 전화를 하셧습니다. 대뜸 반찬 아직 남앗냐고만 물어보시길래 '아 드디어 포기하셧구나' 햇는데 웬 걸.. 아직 좀 남앗다고 하니 바로
근데 오빠 돈 빌려주는거 다시 생각해봣냐, 월요일까지는 꼭 필요하다더라 라고 하시더라구요. 소름돋아서 속까지 울렁거리길래 순간적으로 있는 힘껏 할머니!!!!!! 하고 소리를 꽥 질럿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그 돈 어떻게 모앗는지 아냐고, 한달에 버스비 6만원이 너무 아까워서 왕복2시간 거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친구들은 이쁜 옷사고 이곳저곳 놀러다닐때 나는 이 나이에 미친듯이 돈만 모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냐 뻔뻔하다 ,이거 돈이 아니라 내 피라고, 죽으면 죽었지 절대 못 내놓으니까 돈 얘기 할거면 전화하지 마시라고 울부짖다 싶이 말햇습니다. 더 많이 얘기했는데 흥분해서 말한거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암튼 제가 처음으로 그렇게 화를 내니까 당황하셨는지 버벅거리면서 아무 말씀도 못하시다가 외숙모가 옆에서 다 들으셨는지 가져가더니 얘기하시더라구요..
부모도 내버려둔 애들 불쌍해서 쌀도 그 좋은 이천 쌀로 꼬박꼬박 보내주고(솔직히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햇습니다. 자취 시작하고 6년동안 쌀 5번인가 보내주신게 전부거든요) 반찬도 꼬박꼬박 챙겨줬더니(반년에 한번꼴로) 배은망덕하다, 어린게 3천있다고 유세떤다. 그 돈이 잘도 불어나겠다. 등등 악담을 하시길래 부들부들 떨리는거 참고
보내주셨던 쌀 10포대로 돌려보내드릴테니 받으시고 앞으로 연락 안하셧으면 좋겟습니다. 안녕히계세요 하고 뚝 끊고 바로 할머니 외숙모, 사촌오빠 차단했습니다. 할 말 더 있었는데 눈물 나오려고해서 다 못했습니다ㅠㅠ 하고 보니 참 쉬운거엿네요 거절이.. 아 그놈의 쌀은 진짜..그냥 마지막으로 얻어먹은거 갚는다 생각하고 보내드리려구요.
혹시 몰라서 월요일쯤에 은행가서 비번이랑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등 다 바꾸고 이것저것 물어볼생각입니다. 통장이랑 인감도 절대 못찾게 이미 숨겨두었구요. 댓글에 통장쓰지말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고등학생때부터 알바비 받으면 현금으로 뽑아서 만져본 다음에 통장사이에 고이 끼워놨다가 저축하는 좀 이상한 버릇? 같은게 있어서 아직까지 통장을 쓰고 있었네요ㅠㅠ
제 22년 인생중에 어른한테 이렇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게 처음이라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ㅠㅠ 한편으론 그래도 어른인데 너무 싸가지 없이 말했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조언해주신 분들 말씀처럼 독하게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제 돈 한푼도 안 줄겁니다.
아 그리고 이사는 다음달말에갑니다!깔끔하고 안전한 1.5룸으로 언니랑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본문에서 언니가 그냥 빌려주라고 햇다고 한건 그냥 짜증나서 홧김에 말한걸 말한거지 언니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언니도 치를 떨고 있어요!
세상에 언니랑 둘밖에 없는 기분이엇는데 많은 조언과 충고 덕분에 힘도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엇습니다.
제 목표는 결혼할때 빚없이 제 힘으로 작은 아파트를 장만해가는 것입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많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따뜻하게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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