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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레전드 - 13년 연애..끝냈습니다..시원섭섭하네요.. 본문
제 나이 33살...
20살때 동갑내기 처음만나 13년 연애..
그리고 내 첫사랑...
솜털 보송한 20살 청년이..
어색한 까까머리를 하고 입대하는 모습도 지켜봤고..
제대 하고 나와 복학하는 모습도 지켜봤고..
취업한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모습도 지켜봤고..
어엿한 직장인으로 사회에 자리잡는 모습도 옆에서 함께 지켜봤네요..
27살 넘어가면서 점점 조여드는 결혼이라는 현실..
직장 구하고 자리 잡을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렇게 6년이 지난 지금도..전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건지..
마치 결혼 해 달라고 구걸하는 사람 마냥 결혼결혼 하고 있는 내가 자존심 상하고..
언제 결혼하냐고 계속 쪼아대는 우리 집도 화가 나고...
너넨 연애만 하냐고 비아냥 거리는것 같은 친구들한테도 화가 나고
그보다도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내 남자의 모습에 더 속상하고..
그렇다고 매번 결혼소리 하는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넌지시..우리는 결혼 언제할까? 겨울이 좋을까? 봄이나 가을이 더 낫겠지?
너닮은 아들은 꼭 낳고 싶어...그냥 이런 소리 웃으면서 해왔지만...
허허허허 그러게 언제하지? 하는 돌아오는 소리에 속만 타들어가고..
저번주 주말..
또 아무생각없이 게임을 하고 있는 남친은..
결혼결혼 그만 이야기 하라고..왜 항상 사랑의 끝은 결혼이라 생각하냐고 하더군요..
그래요..사랑의 마지막이 꼭 결혼일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마지막은 어떤 걸까요..?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 서로에게 필요한 배려, 책임 이런건 사랑의 관계에는 없는건가요?
내가 그 사람에게 아닌 사람이었다면..
적어도..이렇게 긴 시간 끌고 가면 안되는 거잖아요..
나쁜 사람이라고 욕을 먹더라도..나를 위해서는 그랬어야만 하는거잖아요..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말을 꺼내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지나가는 나무와 건물들이 그동안의 추억들 같아서..
헛웃음만 났어요...
이틀 내내 전화기 꺼놓고 잠만 잤어요..
몇번의 부재중 통화와 몇개의 카톡들...
읽기도 싫어 그냥 지웠습니다.
아직 모르겠어요..왜 이다지도 담담한지...
울고 싶은데 눈물도 안나와요...사실 울고 싶지도 않아요..
결혼하자고 찾아온다 하더라도..그사람하고는 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만나도 행복할것 같지 않네요...
친구들이 그러네요..
그러니까 길게 연애하지 말랬지...
그때 헤어졌어야지...
그러게요..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주절주절 쓰고 갑니다..
점심 생각이 없어 거르고..다시 들어왔는데...조금 당황스럽네요..
그저 하소연할곳이 마땅치 않아 주절주절 썼을뿐인데...많은분들이 댓글들을 달아주셔서...
저랑 비슷한 경험중이거나 하셨던 분들도 많으시네요..
위로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쓴소리 해주신 분들도요..
남녀가 결혼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것에는 시각차가 있다는것은 알고 있었는데..
댓글들 읽어보니까 상당히 크네요...
전남자친구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겠죠...이해합니다.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린것은 남자쪽이었어요..
서로 양쪽 집 수저 갯수가 몇개쯤인지 알 정도로 긴 시간을 교제 했으며
양가 집안에서도 서로 결혼할거라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강남 모처의 어마어마한 금액의 아파트를 바란것도 아니었고..
집안 도움 없이도 서로 모은돈과 대출 받으면 별 문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으나 저에게 필요했던건 확신 같은거였나 봐요..
저는 그사람도 저처럼 서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 되어주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할 자격도 있다 생각했습니다. 오만이라면 오만이겠네요..
그 사람에게 연락은 받았습니다.
생각이 많았대요..저와 결혼생각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냥 뭔가 점점 자신 없어지고 서로 후회하지는 않을까 싶었답니다.
주변에서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다가 한달도 못되어 이혼하는 커플들을 보며 무서웠다더군요
나를 생각하면 고맙고, 당연히 결혼해야한다 생각은 들지만..
모르겠대요..이런 마음으로 결혼해도 되는지...
그래도 내년에는 뭔가 결정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네요..
말해야지 했었는데 미안해서 못했다고..조금만 이해해달라는데...
그러기엔 제가 너무 지쳤어요..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기분으로 평생을 같이 한다면...우리 서로에게는 불행의 시작이겠네요..
이해 못할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결혼을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미 그 사람에게는 제가 아닌거고..굳이 그걸 알면서도 함께 하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절 생각하고 저를 존중했다면 본인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것을
전에 이야길 했어야 해요...제 성향과 성격을 그렇게도 잘알면서 하지 않았다는건..
그저 본인이 욕먹고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다는것밖에 안되거든요..
다른 사람이 생겼을수도 있을겁니다. 댓글들 처럼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 눈에 들어오겠죠..
어쨌거나 우리는 더이상은 아니에요..^^
제 인생의 목적이 결혼은 아니에요..
단지 그 사람이었기에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맞잡은 따뜻한 손에서 위로를 받고..그 사람 닮은 아이를 낳고...
아이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조금조금씩 살림도 늘리고...
그 사람이라서 결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상대도 그런 마음일꺼라고 생각했고..그런 확신이 필요했던것 같아요..
누구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안들지만...
만약 누구를 만난다고 해도 제가 13년간 한사람을 사랑했다는 이야기는 할겁니다.
결론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고..추억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관련되어 댓글을 쓰신 몇몇분처럼 지저분하고 더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성자체가 더러운 사람이니 알아서 걸러지겠네요...
전 13년 그동안의 제 시간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의 저도 그사람도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의 추억을 함부로 매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와 비슷한 경험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조언주신분들 감사합니다..위로해주신분들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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