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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레전드 오브 레전드] 대기업 취업후 달라진 남친.. 그리고 시원한 후기! 본문
안녕하세요.
글 쓰고 말하는게 직업인 28살 여자입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한 이유는.. 글 쓰는게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헛헛하고 먹먹한 마음에
톡커님들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현재 제 상황과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그 동안 쌓아두었던 마음을 풀어놓자니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넋두리같은 이야기지만 보시고 조언해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3월 동갑인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전 언론사에서 일한지 3년차였고 그 친구는 졸업반 학생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여름 대기업 인턴 연수에 붙기 전까지 소소한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회사 업무에 치여 잘 연락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서운해 했고
( 초반에는 저도 연락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취재하고 글 쓰고 마감에 넘기고 녹화하고..보고서 쓰고..정신 없는 삶이라는 핑계를 댔던 것도 사실이고. 남자의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 욕심과 억지를 부린 것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출근한다, 야근한다, 퇴근한다 정도의 문자는 주고 받았습니다.)
잦은 야근도 이해하지 못했고
(자기 선배들 친구들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렇게 야근 많이 하는 회사는 처음이라고
이상한 회사라고 하더군요.)
늦게까지 회식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으며
(어느 날 취재 접대자리가 늦게 끝나 12시에 힐튼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전화를 하자 이때까지 거기서 뭐한거냐 , 이 시간까지 늙은 상사 옆에 앉아서 술을 마시다니 술집 여자 같다.. 라더군요. 호텔이라고 하니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이 이상한 장소로 이용되는 것 보단 비지니스 때문에 자주 가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회식자리에서 본인에게 연락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말이 3년차지 팀에 신입이 들어오지 않아 말단입니다.. 끝자리에 동기들과 앉아 있으면 저도 편하게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사 옆에 앉아서 계속 핸드폰 들여다보며 상사분들 얘기를 들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만 못하는 건가요..? 본인은 취업하면 절대 안 그럴거라더군요. 회식 중에도 꼭꼭 연락 할거라 다짐을 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위의 이유들로 싸운적도 여러 번 있었고 술집 여자 같다라는 말엔 정말 헤어지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모든 것이 아직 학생이니까. 사회 생활을 해보지 않았으니까.. 모를 수 있지.. 너도 취업하면 날 이해하게
되겠지..라며 스스로 위안하고 넘어가곤 했었습니다.
그 친구 대학 생활 때 아르바이트 한 번 안해본 친구였기에 넌 그저 사회 생활에 대해 모르는 것일 뿐..
단지 때묻지 않을 것일 뿐..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편협할 것이라 여기지 못했었습니다.
저에게 모든 신호를 주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그 친구가 2012년 상반기 신입사원으로 100% 전환되는 대기업 인턴으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많이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이제야 면이 선다고.. 해주고 싶고 사주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고 못내 마음에 걸렸다고..
이런 저런 비싼 선물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괜찮다고 했습니다.
굳이 우기기에 정 그러면 속옷이나 사줘 하고 말았습니다.
에블린에서 속옷 세트 사야 5-6만원 남짓이니까요.
그리고 전 선물에 대해서 기억조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턴이 끝나고 꽤 많은 금액의 월급을 받자 갑자기 돈돈 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절반은 어머님을 드리고, 일부는 2학기 등록금에 보태고 할머니 할아버지 4분 선물에.. 사촌 동생은 할머니 세탁기를 바꿔드렸다는데 자긴 뭘 해야하는지 .. 사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느니..
치사하고 웃긴 육감일수도 있지만, 왠지 모를 감이 왔습니다.
아.. 선물 사주기가 싫은가보구나..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진 모르겠습니다. 선물에 대한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는데
제 무의식의 발로였는지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건지..월급턱이라며 밥한끼 사주고선
아무 말도 없더군요.
그리고선 친구들한테 월급턱으로 2,30만원씩 술값을 냈다는 얘길 들으며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뭐, 친구들한테 얻어만 먹는 것도 미안했을테니 내고 싶겠지..
본인이 여름 내내 힘들게 번 돈 자기가 알아서 쓰는데 내가 서운해하지 말아야지 하며 내색 않고 지내다 그냥 그렇게 서운한 감정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태이지만 비슷한 감정선으로 연결되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아서요..
2011년 3분기 4분기 동안 그 친구는 취업을 위해 매진했고 저는 기다렸습니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할 때 당장의 기분이 아닌 먼 곳을, 먼 시간을 바라보며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바르게 끌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지치는 몸과 마음에 피로회복제가 되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여름에 취업 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곳을 위해 계속 취업 준비를 하는 그 친구가 멋져보이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원한 회사에 전원 합격하더군요.
그 또한 멋져보이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힘들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이제 좀 더 안정된 연애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본인이 노력하고 잘해서 붙었겠지만 너 덕분이라며 항상 힘이 되게 옆에 있어주고 도와줘서 고맙단
말에 뭉클했었지요..
1월부터 2주간 연수를 받고 첫출근을 하던날부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연락도 뜸하고. (바쁜 것과는 별개입니다. 바빠서 못보내는 것과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알 수 있어요.)
어딘지 모르게 멀어진 듯한..
그러다 설이 지나고 나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백화점에서 그 친구 생일선물을 고르고 있는데
잠시 시간을 가지잔 문자가 오더군요.
기가막혔습니다. 정말 갑자기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더군요.
애써 구운 케잌을 들고 있는 제 손이 무색해져 길가에 버려 버렸습니다.
그리고선 만나서 그 친구 마음을 들었습니다.
한달정도 고민했다더군요.
취업을 하고 나니 주위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거냐 자꾸 묻기도 하고
본인도 이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답니다.
그런데 전 아니라더군요. 확신이 안선답니다.
성격이 너무 다르고, 종교도 안맞고, 정치적 성향도 안맞아서 결혼할 자신이 없답니다.
그리고 자꾸 저한테 미안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져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지고 짜증나더랍니다. (다 술먹고 연락안되고 굳이 괜찮다는데도 본인이 우겨서 한 약속을 안지키는 등등의 이유들입니다..)
자기는 그렇게 한 말이 아닌데 제가 오해해서 듣는게 반복되다 보니 그게 너무 힘들다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투정이었는데 그 친구는 오해해서 듣는다고
느꼈었다고 합니다.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 마음이 어떻다. 이래서 서운하다 자세히 설명하며 이렇게 해주길 원해 라고 얘기하면
아니 난 그게 아니라..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내가 바빠서.. 내가 아팠어서..
그리고 그 친구 집이 독실한 개신교 집안입니다. 전 천주교이구요..
작은 아버지 중에 목사가 계시고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장로라고 하더군요.
지독한 개신교 신자인 할머니가 널 받아줄까 걱정이랍니다.
이 부분 저도 힘들었어요. 아버지께서 교회에 천만원 이천만원 내시는건 보통이더라구요.
그리고 진보적인 제 정치적 성향도 보수파인 자기네 집에서 부딪힐거랍니다.
하지만 아직 절 좋아한답니다.
너만큼 자길 좋아해줄 사람도
너처럼 경제관념 바른 사람도
너처럼 개념있는 사람도
너처럼 조건 좋은 사람도
다신 만나긴 힘들거라는걸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신입사원으로 교육받으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토요일까지 일하는게 너무 힘들고 피곤한 것
이 너에게 든 생각에 전가가 된 것일 수도 있답니다.
자신도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배신감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작년 여름, 비슷한 문제로 부딪혔을 때 난 일찍 결혼할 마음이 있는건 아니지만 결혼할 수 있는 상대가 아
닌 사람과 쉽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진지하게 생각해봐 달라. 아직 넌 학생이라 이 모든
게 부담스러우면 조금 더 생각해보자라고 했더니 자기가 너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는 그 말에 다신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본인의 진로가 정해지고 앞가림을 할 수 있게 되자 저에게 이런 이별을 통보한다는 것이
너무나 몸서리 쳐지게 아팠습니다.
정말 죽도록 배신감이 들더군요.
조건 좋은 선자리, 소개팅 자리 전부 내팽개치며 그 아이만 바라보았던 제가 한심했고
부담 주지 않으려 일부러 떡볶이, 해장국이나 찾아 먹던 제가 바보 같았고
비싼 밥집은 쳐다도 안보던 제가 미련했습니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게 자길 배려하는건줄 모르고 그냥 얘는 비싸고 이런
거 안좋아하고 잘 모르는 애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쩜 이렇게 생각이 짧을까요..)
마마보이 같다 생각했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은 것 뿐이라 좋게 생각한 제 자신도 바보 같았고
취업하고 나서 기뻐했던 제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 느껴져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힘이 드는건.
헤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당장 마음이 힘든 것이 두려워 그 아이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가 지금 당장 결혼 생각이 없다면 일단 결혼 생각은 미뤄두고 지금 서로 좋은 마음만 가지고 만나자는
그 친구의 말에 동의는 했으나 이제 제 마음이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예전처럼 밝게 그 아이를 바라보고 사랑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는게 두려워 정신 못차리고 있는 제가 한심합니다.
인생 선배님들.
언니같은 마음으로 정신차리게 따끔한 조언 한마디 남겨주세요.
답을 알고 있는데도 결정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동생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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