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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레모음 6탄] 벚꽃과 함께 본문
-벚꽃과 함께-
이 이야기는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
꽤나 된 이야기라서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
더 잊기전에 '너'에게 남겨 놓고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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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의 어느 날.
오빠랑 대판 싸웠다가 보다못한 부모님이 화해를 하기 위해서 가족 여행을 앞당겨서 여행을갔다.
차 안에서도 여전히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한결 나았다.
뻔한 이야기다. 사고가 나서 부모님은 즉사.
오빠랑나는 병원 신세를 지게되었다.
나는 몇주간의 긴 시간동안 잠을잤다.
눈을 떴을때는 내 옆의 침대는 턱수염이 조금은 더부룩한 오빠 말고는 없었다.
내 팔의 링거와 쓰려오는 통증. 오빠몸의 기브스가 상황을 말해 주었다.
사고의 기억은 전혀 없었다.
단지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오빠를 왜 먼저 낳아서 나를 이렇게 짜증나게 해" 라는 말이었다.
후회스럽다.라는 감정이 폭풍 처럼 밀려왔지만 일을 되 돌릴 수는 없었다.
깨어난 날 본 간호사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빠가 냐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먼저 눈을 뜬 내가 보호자가 되었다.
깨어난 나는 별다른 상황 설명을 듣지 못 한채 원장실로 끌려갔다.
'돈이 많이 밀렸다. 낼 수 있냐.'
얼마인지 모른채 그냥 낼 수 있다고 했다.
조금은 밝아진 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황설명을 듣는건 괴로웠다.
무언가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벽에 박았다고한다. 지나가는 차가 없어서 발견이 늦었다.
운전석에 앉았던 아빠는 즉사한걸로 보인다고한다. 엄마는 실려왔지만 손쓰기에는 늦었었다고.
나와 오빠는 뒷좌석이라서 목숨은 건졌다고한다.
내가 누워 있던건 3주. 사람이 그토록 오래 누워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돈은 낼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모아둔 돈은 없었아. 있다고 해봤자 고작 백만원 간신히 넘는 적금 통장 정도.
왠지 낼 수 없다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거짓말했다.
장례식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의사는 조금은 씁슬한 표정으로 조촐했다. 라는 대답을 주었다.
말을 돌릴려는 듯 나와 오빠의 상태를 얘기 해 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운전석, 운전석 뒷 좌석의 나는 사고에 비해 크게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옆자리의 오빠가 더 크게 다쳤다고한다.
사고직전 오빠가 나를 감싸 안은 것 같다고한다.
병원비보다 더 절망스러운 말이었다
난 상체는 오빠가 막아주었지만, 막지못한 무릎과 머리를 다쳤다고했다. 전두엽이 손실 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전두엽이 어딘지도 모르는 나였지만,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오빠는 나를 감쌌던 신체의 오른쪽 부위를 크게다쳤다고한다. 특히 어깨가 크게 나가서, 재활 치료를해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했다.
다행히 나와 반대로 머리는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곧 깨어날거라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 후에는 검사를 받았다.
신체는 재활 치료 후 무리만 하지않으면 이상 없을 것 같다고했다.
그런데 뇌에 큰 장애가 생겼다.
뇌의 문제는 차후에 말하겠다.
나는 병원비를 언제 줄 수 있냐는 원장의 말에 적금을 기다려 줄 수 있겠냐라고 하자 아빠의 직업을 잘 알고있었는지 좋다고했다.
큰 믿음을 가지고있는듯했다.
병실로 돌아가자 친척들이 보였다. 큰 아버지가 내 뺨을 때렸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아빠는 잘은 모르지만 친척들과 꽤 큰 투자 비슷한 일을 했다.
그런데 아빠가 없어지자,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일이 망했다고한다.
대부분에게 전재산 압수 같은 게 내려졌다고했다.
원장이 말한 조촐한 장례식의 이유가 짐작이 갔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듯한 작은 이모는 나에게 우리집은 이미 처분되었다고했다.
내가 눈을 떳을때는 여름은 끝났고 나도 끝난듯했다.
오빠를 돌아보았지만 망가진 오른어깨가 보였다. 보기 괴로워서 난 말리는 원장을 뒤로하고 퇴원 했다.
당시의 난 고3. 인문계생으로서 학년 톱까지는 아니었지만 성적은 대부분 2등급 전후였었다.
그러나 내가 눈을 감고있던동안 불어난 진도와 공부량은 이미 망가진 내 몸이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학교에 분기별로 낼 돈도. 급식비도. 교통비도 낼 자신이 없었다.
지금 당장 갈 곳도 없는내가 어찌 학교를 갈 수 있는가.
내 짐은 조촐했다. 학교와 조금 먼거리였지만 비틀거려 학교에가서 담임을 만났다.
언제나 고지식하고 굳은 표정의 담임의 인간같은 표정. 나의 안부를 묻는것이 어색했다.
많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자퇴 하겠다고 했다.
그때 담임의 눈에서 궁금햠과 당황의 눈빛을 보았다.
모든것을 내려놓자, 그제야 사람의 표정을 살피게 된것이 조금 우스웠다.
때는 점심시간을 조금 지났고 담임의 입에서는 민트가 진한 치약향이났다.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오겠냐고 했지만 거절했다.
학교에서 가까운 분식집. 난 돈까스에 선생님은 김밥 한 줄을 시켰다.
많은 침묵이 흐르고 담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퇴 할 때 부모님 동의가 필요 해.'
'선생님이 한 번만 제 부모님 해 주실래요.?'
'그래.'
내 속 뜻을 눈치 챈 담임에게 고마웠다.
먹는둥 마는둥 대충 입에 넣고 나와서 헤어질려는 순간 담임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음에 볼 수 있겠니?'
아무말 하지않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마 살아있을 당시에 담임과의 마지막 만남이었을 것이다.
갈 곳이 없었다. 병원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내 뺨을 때렸던 큰 아버지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친척들의 화가 난 차가운 눈 빛. 돈 얘기를하던 의사의 얼굴. 턱수염이 덮수룩한 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가방을 뒤지자 5천 지폐가 나왔다.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 일회용 면도기를사고 버스를타고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친척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빠는 여전히 쓸쓸 해 보였다.
처음으로 오빠의 턱을 만져 보았다. 까칠했다.
화장실에서 몰래 가져온 비누와 널려있던 대야에 물을 받아 턱에 상처날까 고심하며 조심조심 수염을 깎았다.
다 깎은 맨 피부를 몇 번이나 칼로밀고, 비눗끼 없는 턱을 계속 씻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은걸 알고 있었다.
오빠. 미안해. 꼭 깨어나길 바라.
오빠의 손을 한 번 꼬옥 잡고는 병원을 나와 가까운 pc방을갔다.
pc방에서 충전기를 빌려 종료된 휴대폰을 켰다.
수십통의 전화와 문자를 쭉 훑어 내리는 것 만으로도 지치는 것 같아서 그냥 휴대폰 폴더를 덮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려 했지만, 그 흔한 홀알바도 경력없는 나에게는 깐깐했다.
심지어 숙식 제공이라니.
2시간밖에 안 돼는 pc방 시간동안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돈은 백 원 짜리 몇 개만이 내 손에 있을뿐이었다.
친구들에게 전화 하기에는 그간 사정을 말 할 수 있는 친구도 있지않고, 딴는 아직 해가 떴었다.
나같은 자퇴생 말고는 모두 공부하고 있을 시간.
아무 생각도 들 지 않았다.
옆의 큰 다리가 보였다. 조깅 하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다리 위로 올라가자 아래의 넓은 강이 보였다.
양쪽 팔을 난간에 걸친 채 강을보다가 휴대폰을 보았다.
전화가 걸려와 받자 스팸성 대출 전화였다.
5백만원이면 무이자 무담보도 좋다고한다.
나이를 말하자 전화를 끊었다.
허탈하게 웃다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휴대폰을 강으로던졌다.
옆에서 시큰한 담배향이 났다.
웬 60대 할아버지가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필래?
받아서 피웠지만 쓴 맛에 켈록 대다가 강으로 떨어뜨렸다.
'인생은 원래 그런거야. 언제나 쓰고 좆같지만 난 살아있지. 이보다 더 한 바닥은 없을 것 같지만 네가 방금 떨어뜨린 담배보다 더 할까?
몸을 900도까지 불태우다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포. 순식간에 몸이 젖는 공포. 그리고 물 속에서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지.'
이건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늙은 할아버지의 눈가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인생은 그런거야. 저 담배도 언제 물에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콘크리트로 메워 질 때면 물속은 아닐 거 아니야?'
늙은이의 개이론은 앞뒤가 좆같았지만.우습게도 그 때의 나는 그 말로도 희망을 얻었던 것 같다.
'너한테 대출 해줄까. 네 신상도 과거도 묻지않을께.'
'담보는요.?'
'니 몸.'
'좋아요.'
'망설이지 않네.'
'상관 없어요.'
그렇게 할아버지를 따라 무슨 가게에 갔었다.
의외지만 그냥 작은 음식점 이었다.
'저기 할아버...'
'나 할아버지 아니야. 오빠야.'
'.....사장님.'
'흥.'
아마 할아버지는 음식점 개업을하고 많은 알바를 쓰다가 조금 분노를 했던차에 나를 보고 고용 한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고딩들이 하루만에 잠수를 탄다나.
돈을 좀 더 주어도 잡아놓고 쓰고 싶었나보다.
그리고....애를 가지고 싶어했던 것 같고.
난 홀일을 전부 다 했고 사장님은 거의 놀고 사모님은 주방일을 했어. 안쓰러운 사모님과 나....
월급을 받긴했지만 숙식비도 있고 해서 사실 일반 시급의 7/10 정도만 받는 수준이었어.
그래도 원망은 하지않아.
그때는 겨울철. 난 돈을 꼬박 꼬박 적금에 넣었어. 아무튼 병원비를 내야 하니까. 대충 따로 추려서 병원에 붙였어. 오빠를 만나러 가지는 않았어.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러다가 사장님이 일을 시작하고 사모님이 쉬게됬어.
사장님은 중간중간에도 일을 내팡겨 치고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나와서는 사모님 배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는 들어갔어.
노산이래. 어째 사장님이 매일 같이 운동 하시더니...능력도 좋으셔라.
그전에 도대체 언제 만드신거지.
등등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했어.
그때쯤부터 였을거야. 그의 장난이 시작된게.
사장님도 주방일이 소홀해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방도 뛰었어. 짤려도 갈 곳 없고 돈은 적지만.
처음에는 그냥 내 뒤에서 낄낄 대는 정도였어.
사장님이 언제 왔나 뒤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어
처음에는 그냥 그 정도였는데 장난은 짓궃어져서 날 홀로, 창고로 이리저리 불러서 썅
또 무시하면 사장님인 경우가 있어서 무시 할 수도 없고.
겨울과 그의 장난은 점점 더 짙어져갔어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전 날 밤.
마감시간에 사모님은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사장님은 나를 마주 앉혀두고 담배를 한 대 피우셨어.
'내일 나가라.'
언젠가 본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저씨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나에게 던져주는 쇼핑백에는 코트랑 새 옷이 간단히 들어있었어.
'싸지만 네 그 5천원 짜리 티셔츠보다는 따뜻할거다.'
'어디까지 아세요?'
'흥. 몰라.'
그러고는 사장님은 올라 가셨어.
내 통장을 훔쳐본 것 같았지만 용서 해주기로했어.
아, 말 안했지만 사장님이 아는 내 신상정보는 이름이랑 나이뿐이야.
'너 내일은 없는거야? 재미 없겠다아.'
나른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랑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어.
그리고 나랑 눈이 마주쳤어.
뻔한 이야기야.
'너 내가 드디어 보여?'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난듯 깔깔 웃었어.
흐릿흐릿 했지만 보이긴 보였어.
'가지말고 이제 나 보이니까 나랑놀자. 응응?'
'네가 그동안 나한테 장난쳤어?'
'놀아준거지. 네 표정이 하도 안 좋아서.'
'...너 보기 싫어서라도 나가야겠어.'
'흥.'
그게 그의 첫만남이야. 익숙해져서인가, 별로 놀라지도 않은 것 같아
그동안 조마조마 했던게, 아는 사람 올까봐. 마주 칠 까봐. 밖도 제대로 못나갔었어.
소문은 타고타고 흘러 이미 학교 대부분 사람들이 내 일을 알것만 같았어.
그러다 보니까 일에만 몰두했고, 컴퓨터도 있었지만 쓰지도 않았어. tv도 보지않았고.
약 두 달간 세상에서 완전히 잠수 한 채로 살았어.
사장님은 사모님과 데이트 하러간다나.
내가 일을 시작하고 처음 맞는 휴일.
오빠에게 가지 않을려고 열 두시까지 그냥 있었는데
그가 계속 장난을쳤어. 그런데 그냥 말장난만.
뭘 엎지른다거나 어지른다 해서 내가 일을 하지 않도록.
니 못생긴 얼굴도 계속 마주보니까 질리네. 좀 나가봐. 크리스마스잖아.
됬어. 갈 곳도없어.
크리스마스인데 우리 이러니까 연인같다.
말이 돼냐.
흥. 자기한테도 솔직하지 못 하면서. 옷이 아깝다.
그 말을 듣고 생각나서 사장님이 주신게 퍼뜩 생각나서 입어봤어. 할아버지가 관음증 눈썰미도 있으신지 사이즈가 얼추 맞았어
'살좀쪄.'
'누가 남 옷 갈아입는걸 보래.'
'화좀내'
'화냈어.'
'아니야. 넌 화 안냈어. 여튼 빨리가. 네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널 기다려.'
조금은 씁슬한 표정을 지었어. 그동안 대화라고는 손님과 얘기하는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이외에는 없었으니 사고로 생긴 휴유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너 옷 예쁜 것 같아.'
'몰라.'
'나 크리스마스 선물 줄래.'
'뭐가 받고 싶은데.'
'사랑.'
'흥.'
그 말을 끝으로 나와서는 크리스마스라 사람은 많았고 추웠어.
병원에 가는길에 슈퍼에 들러서 면도기를 샀어.
버스에서 내려서 안내 데스크에 혹시 오빠의 병실을 내가 제대로 알고잇는지 물어보았어.
일반 병동으로 바뀌어 있었어.
내가 없는 그동안...정말 아무도 오지 않은 것 같더라.
옷도 간호사들이 1주일에나 한두번씩 갈아준듯했어. 오빠한테 미안했어.
자주 오지 못해서.
그냥 다를바 없이 까칠하게자란 수염을 밀어주고세수 좀하고. 얼굴 좀 보고 갈려는데 지나가던 간호사가 나를 봤어.
원장이 나를 찾았나봐. 사실 내 월급으로 돈이 부족할거란건 느끼고 있었어.
원장실로가자,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닌 원장은 나를 먼저 앉혔어.
'잘 지냈습니까.'
'뭐. 그럭 저럭요.'
'보내주신돈은...'
'죄송해요. 제 힘으로는 거기가 한계네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너무 많이 주신 것 같은데요. 간병인 신청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연락이 안돼서 오라버님을 저리둬서 제 마음도 내심 안 좋았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깨어나시지마자 500만원 붙여 주시지 않았습니까. 부모님분일은 대부분 보험 처리 되었고, 오라버님 수술비를 해봤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이후에도 계속 붙여주셨잖습니까.'
어안이 벙벙했어.
망할 사장님 같으니라고.
지금부터는 좀 느려질거야
귀띔 좀 해주지.라는 생각과 의사는 사고후유증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귀신이 보인다고하면 날 잡아 가둬하는거겠지.
뇌의 장애는 나쁘지 않다고했다. 피곤하면 쑤신거도.
원장은 간병인을 붙여주겠다고 했다. 남는돈은 차후에 돌려주겠다고.
형식적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오빠를 다시 보러갔다. 손을 다시 꼬옥 잡아주었다.
오른팔의 깁스는 보이지 않았다.
옷도 턱수염도. 더이상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된다. 안도감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씁슬했다.
[미안 레스더들, 어제 실수로 말도 없이 눈붙였네.오늘은 일 때문에 띄엄띄엄 들어올거야]
그대로 병원을 나온 나는 사장님께 선물을 주고 싶었어.
뭘 살지 고민하다가 커다란 양말을 사기로 했어.
사장님 양말, 사모님 양말. 태어날 아가를 위한 작은 양말, 내 양말.
그리고 그의 양말.
이래저래 말은 빙빙 돌렸지만. 결과야 내긷 필요 없어졌지만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가게로 돌아가자 해가 빨리지는 겨울, 어스름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그 끝에는 그가 멀뚱히 앉아 종이 조각을 들고 있었어.
처음보다 한 층 더 또렷해진 모습으로.
그 날은 시간도 많았고 그와 많은 얘기를 했었어.
'일찍 돌아왔네.'
'응. 일이 일찍 끝났어.'
'잘 보고 왔어?'
'....글쎄.'
이때 든 의문이라면, 난 가게에서 한 번도 오빠 얘기를 하지 않았어. 사실 사장님도 어떻게 알고있는지 의아한참이었지.
'너는 내 일을 어디까지 알아?'
'글쎄. 답 해 줄 수 없어.'
'어째서?'
그 말에 그는 그저 쓰게 웃었어.
'난 영안이 트인거야?'
'아니. 나만 볼 수 있을거야.'
'너는 왜 볼 수 있는데?'
'글쎄. 너와 내가 가까운 관계였기에? 네가 원했기 때문에? 알 수 없어.'
'내가 원했다니?'
'...나를 끌어 들이는건 네 마음이야. 이 이상 답 해 줄 수 없어.'
질문을 하면 할 수록 오히려 알 수 없었어.
처음의 질문 의도조차 생각나지 않도록.
'...너 이름은 뭐야?'
'글쎄. 네가 알면서도 부를 수 없는 이름?'
'뭐가 그래. 나이는?'
'스물셋 정도에서 멈춘 것 같아.'
'.....그래.'
오빠와 같은 나이에서 인생이 멈춘 그. 잠깐 나도 불안한 상상을 해버려서 조금은 미안했어.
그럼 너 죽었던 이유는 기억해?'
별 거 없는 사고였어. 여동생을 지켰지.'
'.....?'
'하하, 농담이야. 조크.'
'그런 농담 재미 없어. 날 어디까지 아는거야.'
'네 오빠가 아는 것 까지. 너무 미안 해 하지 마.'
'무슨 뜻이야?'
'네 오빠는 널 용서했으니까.'
'........'
'거짓말.'
그 말에 그는 그저 한 번 까르륵 웃고는 말았어.말하면 안된다고 하다가도 아마도 거짓말이었지만 나를 위로 해준말에 기분이 한 결 나아졌어
'너는 왜 여기 있는거야?'
'걱정돼서 떠날 수 없었어. 그리고 희망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너에게 고마워'
'무슨 뜻 이야?'
'네가 있었기에 아직 까지 있을 수 있었으니까'
'제대로 된 대답을 바라.'
그 말에 또 그는 그저 웃었어.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는거지만, 어쩌면 당시의 나는 이유를 이미 조금은 알 고 있었을지도 몰라.
'나에게 장난 친 이유는 뭐야?'
'네가 궁금했어.'
'짓궃은 대답이야.'
'정말인걸.'
'ㅡㅡ'
[나좀있다올게]
[안녕. 좀 늦었지]
'그럼, 이제 내가 질문을 해도 될까.?'
'.....'
'왜 이제와서 나한테 관심을 가지게 된거야?'
'....넌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내 질문은 그게 아니야. 넌 처음에 내가 이곳의 지박령인걸 알면서도 관심조차 갖지 않았어.'
'귀신은 원래 믿었거든.'
'그러니까 내 말은... 왜 처음부터가 아닌 이제서야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냐는거야.'
그 말에 나는 침묵을 지키게 되었어. 말 해도 될지 말지. 사실 답은 알 고 있었으니까.
그는 내가 왔을때부터 보고있던 종이를 몇 번 쓰다듬다가 말을 이어 나갔어.
'....아... 나는... 네 오빠가 아니야.'
이게 현실인데도, 차라리 드라마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네 오빠 생각을 안다해서, 네 일을 안다해서. 네 오빠와 나이가 같다해서 난 네 오빠가 아니야.'
'....'
'난 이미 수년전에 죽었어.'
그의 쓸쓸한 말에 나도, 그도 아무말도 하지않고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사장님과 사모님이 왔어.
그는 만지작 거리던 종이를 테이블에 놓은채로 사라졌어.
나는 그게 뭐냐는 사장님 말씀에 생각없이 그냥 쓰레기라면서 얼렁뚱땅 주머니에 넣었고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양말을 꺼냈어.
사모님은 기뻐 하는 것 같은데 사장님은 뭐 이런걸다. 라고 말씀 하시더라.
사장님은 사도 왜 이리 저렴한걸 샀냐는듯한 느낌이었지만 무시했어. 병원일을 묻고 싶었지만 사모님이 있어서 침묵했어.
그런데 사모님이 양말을 꺼내다가.. 마지막 남자의 양말. 그를 위해 산 양말이 누구거냐고 여쭙으시기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빠같은 사람이라는대답을 했어.
사모님은 의미심정한 표정을 지으시며 어떤 남자인지 말해달라고 졸랐어
검정색에 제 때 자르지 않아 쭉쭉 뻗친 머리. 나른한 인상의 얼굴. 항상 구부정하게 다니는 등. 짓궃은 성격.
내 설명이 길어질수록 사모님과 사장님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고,
사장님은 화를 내면서 다시 그딴 소리를하면 네 주둥이를 틀어버릴거야 라고 하시고는 사라졌어.
상냥한 사모님도 나를 토닥이지 않으셨어.
복잡한 기분.
[미안 레스더들. 오늘은 이만 잘께. 너무 피곤해서 계속 눈이 감기네]
[안녕 스레더들. 좋은 밤이야:)
사실 모두 털어낼려고 쓰는 스레라서... 좀 지루할수도 있는데 재밌다고 해준 레스더들 고마워:)]
[오늘은 일할려고 컴퓨터 켰다가 들어왔어. 오랜만에 컴퓨터로 스레딕하니 좀 불편하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많은 복잡한 생각을 했지만, 아무런 답을 내릴 수 없었어.
그래서 그냥 잤어.
모든걸 털어내고 계속 잤어.
그리고 다음날은 일했어.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그저 바뀐것은 사라진 그와, 복잡한 내 마음 뿐.
사장님도, 사모님도 어제의 일은 잊었다는 듯 평소처럼 대해주셨어.
그렇게 그는 떠났어. 사실 (아마도)지박령이니 떠났다기 보다는 숨었다는게 맞겠지만. 음, 어쩌면 그냥 내가 그를 못 본거일 수도 있고.
그리고 어느새 그곳에서의 첫 번째의 봄이 왔어.
벚꽃이 만개한 어느 날, 사장님은 배가 가슴보다 부풀어오른 사모님을 데리고 아가와 가는 첫 번째 소풍이라면서 가게를 버리고는 소풍을 가셨어.
크리스마스 이 후의 첫 번째 휴일.
에 나는 방 청소를 했어. 가게에 들어가면서 휴대폰도 없애버리고, 딱히 오빠를 보러 갈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 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새 코트를 넣기 위해서 세탁을 할려고 주머니를 뒤적 거리다가, 쓰레기인 줄 알고 꺼내었더니
그가 크리스마스날 내가 올 때까지 한참이나 만지작 거리던 '종이'였어.
그건 한 쪽이 매끈매끈하게 코팅 되어 있는 사진 이었어. 컬러지만 조금 오래 된 느낌이 나는 사진.
사진에는 조금은 찌푸린 인상의 그와
지금보다는 조금 젊은 인상의 사장님과 사모님이 활짝 웃으신채로 있었어.
그제야 아귀가 좀 맞아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
아니, 어쩌면 내 머리로는 이미 알 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저 내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을뿐이지...
20대의 젊은 나이로 죽어서 노부부밖에 없는 가게를 떠나지 못하는 남자.
아이를 가지고 싶어 60이 되어서야 노산을 하게 된 사장부부.
머리가 조금 띵했어.
'이제 내가 누군지 아네?'
'....오랜만이야.'
'놀라지도 않아? 오랜만에 보는데.'
'........'
그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걸터 앉아서 사진을 들고가서는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어.
'어서 네 오빠한테 가 봐.'
'....우리 오빠 깨어났어?'
'아니, 깨어 나지는 않았지만. 너도, 오빠도 아직 살아 있잖아.'
'......'
'지금은 조금 안정한 편이지만, 사실 네 오빠도 언제 나처럼 될 지 몰라.'
'그러니까....나를 보내놓고 후회하신 내 아빠처럼....엄마처럼....그리고 나처럼...후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보고 와. 저번에 간 이후로 못간지 오래 됬잖아.'
'.........'
'그리고...갔다오면 말해 줘. 네가 누군지.'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주르륵 하고 흘렀어.
이제야 네가 조금은 사람 같아 보여. 라는 장난스러운 그의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한 채 뛰쳐나와서 병원으로 갔어
간호사 스테이션도 거치지 않고 익숙한듯, 자주온듯. 오빠의 병실로 뛰쳐 들어갔어.
오빠는 크리스마스날 본것처럼 고요하게 누워 자고 있었어.
그래도, 누군가의 손길은 거쳐간듯이 깔끔한 얼굴과 머리. 병실복이 조금은 날 안심시켰어.
오빠 침대의 옆 좌석 의자에 앉아 오빠의 손을 꼭하고 잡았어.
아무일도 없었지만 오빠의 따뜻한 손이 너무 좋았어.
그리고 곧 의사에게 불려갔어. 원장 말고. 원장은 이 날 휴가였다나 뭐래나.
의사는 내 사고 휴유증을 묻기 위해서 불렀었어.
그리고 나에게 돈이 있으면 정식 치료를 받겠냐고 권유했지만 거절했어. 의사도 그리 깊게 권유 하지 않았어.
의사의 개인실에서 나오기전, 의사는 나에게
사고 직후보다, 표정이 사람같아졌네요. 라고 넌지시 농담을 던졌었어.
병실로 돌아와서 오빠의 손을 한 번 더 꼬옥 잡았어.
그리고 오빠도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어.
놀라서 오빠의 얼굴을 보았지만, 오빠는 처음처럼 아무런것도 변하지 않은채로. 잠깐 동안 나의 손을 잡아 주었던 손도 어느새 힘이 풀려있었어.
그렇지만, 조금은 기뻤어.
가게로 돌아가자, 그 날도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창문으로 땅거미가 내려져 와 있었어. 그는 테이블에 앉아 사진을 보고 있었고, 나는 그의 마주 앉은 좌석의 의자를 빼내어 앉았어.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어.
너무 길어서 잘은 기억 안나지만.. 그는 그닥 좋은 아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
사진은 찍는걸 싫어해서 안찍다가 안찍다가, 성인이 된 날 오토바이 사준다는 말에 뾰루퉁하게 한 장 찍었데.
그리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바이크를 타다가... 효도 한 번 못하고 죽게되고
사모님이 그에대한 충격이 너무커서 일을 그만두시고, 사장님은 사모님을 간병해주실려고 모아놓은 돈도 있고하니 같이 일을 그만 두셨데.
그리고 어느정도 진정이 되신후에 음식점을 차리신거고.
그는 많은 후회 때문에 사장님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화가 났었데. 왜 자신을 잊지 못 하는건지 이해 할 수 없었데.
이렇든 저렇든간에 자신은 못난 아들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그냥 다른곳으로 갈려다가 내가 들어왔는데, 다른 알바랑 달리 오래 있길래 호기심으로 바라보게 되었데.
장난삼아 장난을 쳐봤는데, 내가 무슨 장난을 쳐도 화를 안내길래 그거 때문에 또 화가나서 짓궃게 굴다가 사모님이 임신한걸 들었데.
그래서 내 덕분에 그는 다른곳으로 가지 않은거라며 나에게 고마워 했어.
그래서 크리스마스때도 일부러 날 도와준거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귀가 안맞는것이, 오빠일을 어찌 아냐는거지.
[일단 오늘도 여기까지만 풀게ㅎㅎ미안.]
[스레주 왔다!]
'왜 울고 있어?'
그는 나를 보면서 쓸쓸하게 웃었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때도, 내 몸의 후유증을 들었을때도 울지 않았는데.
'울지 마. 울 일 아니야.'
'....네가 울지 않으니까 내가 우는거야,'
'넌 네 일에도 울지 않았잖아.'
'그래도....'
'울 일 아니니까.....'
말 끝을 흐리며 그는 쓰게 웃었어
'넌 우리 오빠랑 닮았어.'
'....'
'짓궃지만 상냥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
'나는 사고때, 오빠의 보호로 몸의 최소한을 다쳤어. 오빠가 몸의 대부분을 희생한 대신, 나는 살았어.'
'난 그저 피곤할때면 쑤셔오는 여기저기의 관절. 그리고 장애. 의사는 나 하기에 따라 장애를 극복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어.'
'내가 가진 장애를 원망치 않아. 오빠를 희생 시킨 대가로 얻었어. 그래서 네가 싫어.'
'.....'
'너와 있으면 나한테 이 장애가 전혀 문제같지않아. 그런건 싫어.'
'어째서?'
'.....오빠를 대가로 얻었어. 오빠가 아프니까...'
'나도 아파야 돼' 그런 말 하지 마. 네 오빠의 일은 그저 사고였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나는 침묵을 했어. 내가 생각해도 이상 한 말이니까. 슬프지만, 이상한 말이니까.
떨어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어
차가운 기운이 뺨 끝에 스치고 곧 입술에도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어.
'눈 뜨지 마. 눈 뜨면 안 돼'.
그는 속삭이듯이 말했어. 눈을 감고 있지만 그가 울고 있는게 느껴졌어.
'나는 널 좋아 해도 돼. 하지만 넌 날 좋아하면 안 돼.'
눈을 뜨고 싶지만, 뜰 수 없었어. 눈꺼풀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어
[미안 좀 바빠서 말도 없이 사라졌었네]
입술에서 차가운 기운이 없어지고도 한참동안 눈을 뜨지 못 했어
'...난 사고 때, 아스퍼거 장애가 생겼어.'
'.....'
'자폐증이랑 비슷하지만 틀려. 소설처럼 감정이 없는건 아니야. 일반 사람보다 조금 부족 할 뿐이지. 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도 그닥 슬프지 않았어.'
'....그만해'
'오빠가 그렇게 되었을때도 슬프다기 보다는 죄책감이 들었어.'
'......그만....'
'사실, 그 때 사장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지금 내가 무슨일로 돈을 벌고 있을지는 뻔하잖아.'
'.....제발 그만해.'
'그 때 이미 난 죄책감 외의 모든걸 내려 놨었으니까....'
'그만해!'
그는 나에게 처음으로 소리 질렀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어
나도 어째서 그런 말이 계속 나왔을까
잠깐의 침묵이 생기고, 살며시 눈꺼풀을 열었어
눈 앞에는 얼굴에 분노와 슬픔이 그득히 상기된 그의 얼굴이 보였어
잠깐 마른 침을 삼키고 말을 계속했어
'처음에, 네 짓궃은 장난에 화난적 없어.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지도 관심 없었어.
그런데...계속 시간이 지날수록,
네 존재가 점점 내게 짙어질수록 네게 관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난 네가 싫어.'
'...앞 뒤가 안 맞는 말이야.'
'끝까지 들어. 그렇게 싫은 네가. 감정의 대부분을 잃은 내가. 얼굴 마주한 횟수도 적고 말로 길게 해보지 않고 성격도 더럽고 심지어 육체도 없는 너를 사랑 하는 것 같아.
사실 이 감정이 정확히 사랑인지는 모르겠어. 그저 스무살 어릴적의 한순간의 감정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지금, 이게 사랑이라고 느껴. 그래서 넌, 나를 사랑하니?'
그의 얼굴에 잠깐 기쁨이 스처지나가다 또 다시짙은 고민이 깔리는게 보였어
'사실 쉬운 문제야. 이미 한 명은 죽었으니까.'
[미안한데 먼저잘께 너무 졸려서 오타가나네]
[스레주 왔다. 의외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쁘네.
사고 이 후, 몸을 좀 가누기가 힘들어서.]
[이 스레의 끝이 너희들이 바라는 엔딩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끝을 내야만 하니까.]
그의 얼굴에 잠깐 기쁨이 스쳐지나가다가, 또 다시 짙은 고민이 깔리는게 보였어.
사실 쉬운 문제야. 이미 한 명은 죽었으니까.
산 자와 죽은 자. 그들이 서로를 아무리 사랑한다고해도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이루어지지 못 할 운명.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 하고 있었어. 받아드리지 못 한다 하더라도, 이해는 하고 있었어. 이해는...
그는 쓰게 인상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의자를 뒤로 당겨 일어나고, 창문으로 가서 창문을 열었어. 그리고 사진을 북북 찢었어.
난 말릴려고 그에게 달려 갔지만 이미 사진은 이미 찢어져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손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사진 조각 조차 맞출 수 없도록 훔쳐가고 있었어.
무의식적으로 날라가는 사진 조각을 잡으려고 창문 밖으로 몸을 뻗자
그 곳에서는 커다란 벚나무가 피어나 있었어
벚꽃은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듯, 피를 흘리듯. 선명한 선홍빛의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어
처음보는 광경. 있을 수 없는 풍경. 오빠에게 갔었다가, 돌아올 때 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거리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벚꽃 나무가 세워져 있었어.
'괴담중에서, 벚꽃 나무의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져 있다는 괴담 들어봤어?'
갑자기 묻는 그의 질문에 당황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는데도, 그는 혼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어.
'그 날은 벚꽃이 만개해서, 눈 처럼 흩날리는 날이었어. 맑은 날이었지만 앞바람이 불때마다 흩날리는 벚꽃잎에 앞이 보이지 않았었어.
누가 알았겠어. 콘크리트 바닥에 쌓이고, 또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인 벚꽃잎길이 그렇게 미끄러울지. 그게 내 마지막 질주였을지.
아프지도 않았어. 슬프지도 않았어. 그저 내 장례식장에서 내 영정 사진을 붙잡고 오열하며 우시는 부모님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
난 그토록 말썽쟁이였는데, 왜 내 죽음에 저리도 슬퍼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슬프지 않았어?'
내 대답에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입을 다물었다가, 웃으면서 대답을 해 주었어.
'난 슬퍼 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아직도 눈에 선 해. 피가 들어가서 흐릿한 눈동자 사이로 보이던 광경이.
내 생일때 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평생 얼굴 마주한적 한 번 없는 아버지가, 피철갑을 한 채로 누워서 어디로 이송되는지도 모르는 내 손을 잡으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장기 파열이 너무 심하다고 하자, 내 모든 것을 줄테니 아들만을 살리라고 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서.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어른거리고 있어. 그게 난 미치도록 후회 돼. 왜 한 번도 빈 말로라도 사랑한다 말 못 했을까. 너무 너무 후회돼서, 아직도 여길 떠나지 못 했어.
화가났을 때 떠날려고 했다는것도 거짓말이야. 그냥 네 핑계로 여기 있고싶었던 것 뿐이야.'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꼭 잡았어. 차가운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어.
'울지 마.'
'안 울어.'
'............넌 정말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뒷 말에서 눈물이 터져서 목이 막혀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어. 한 번만 나쁜얘가 돼서, 못 되어야. 그가 더이상 나쁜 놈이 되지 않을 테니까.
'네 동생은 내가 잘 돌봐줄께. 사모님도, 사장님도. 이젠 네가 없어도 모두들 충분히 잘 살 수 있어... 그러니까...그러니까....'
'....너도 솔직하지 못 한건 마찬가지야. 어쩌면 지금의 너와 내가 닮았기에 서로에게 끌렸던거일지도 모르지.'
그는 속삭이듯이 작게 눈을 감고 말했어.
'.............'
'네 그 상냥함이 좋아. 그러니까, 다음생에서는 꼭.........나와 함께해 줘.'
'이제 그만 네 갈 길을 가는게 좋겠어. 잘 가.'
힘 없이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 그는 눈을 살며시 뜨더니, 상냥하게 웃어주었어. 그리고 손으로 내 눈을 가리고는 내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었어. 차가운 기운이 눈에도, 귀에도, 입에도 여운을 남기고는 사라져버렸어.
아주 오랫동안 눈을 뜨지 못하다가 살며시 눈을 뜨자, 눈부시게 빛나던 벚꽃 나무는 언제 있었냐는 듯. 그와 함께 자취를 감춘 채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내 손에는....
분명히 그가 조각조각 찢어버렸던 그와 사장부부의 사진이 쥐어져 있었어.
조금은 바뀌어 있었어. 왜냐하면, 그는 사진속에서 분명히 웃고 있었거든.
[여백]
오늘은 조금 더운 날. 사모님이 출산을 하셨어. 사장님은 이미 병원을 가셨고, 나도 뒤 따라 병원을 갔어. 사장님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와 같은 병원 이었어.
병실에 들어가자 그토록 심술궃던 사장님의 표정이 헤벌쭉하게 풀어져서는, 아기를 보며 아기처럼 방실방실 웃으시고 계셨어.
왠지 가까이 가서는 안 돼. 라는 느낌이 들었어. 그들의 사이에 끼면 왠지 그들만의 침묵을 깨는 듯 한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냥 계단으로 오빠가 있는 층으로 내려갔어. 한 칸, 두 칸, 내려 갈 수록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마음을 채우는게 느껴졌어.
몇 칸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계단에 기대어서 헐떡였어. 기다시피해서 일어나서는 병원 복도 옆 보행 난간을 붙잡고 오빠의 병실로 갔어.
오빠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변하지 않았구나.
오빠, 일어나. 일어나, 하고 몇 번 흔들어 보아도 오빠는 움직이지 않아.
오빠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제발 일어나 줘. 일어나 줘. 일어나.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오빠에게 화가 나.
오빠의 상의 소매를 걷고 서랍 속 면도날을 꺼내어서 오빠의 팔을 그었어
한 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오빠는 깨어나지 않아.
오빠의 팔을 푹푹 찔렀어. 그가 보여주었던 벚꽃과 같은 색깔의 피가 계속해서 나오는데도 오빠는 깨어나지 않아.
아....
한탄을 내쉬며 창밖을 보자, 마치 그가 보여주었던 것 과 같은 커다란 벚꽃나무가 보였어.
오빠, 저거 봐. 그가 날 데리러 왔어. 오빠. 저거 봐. 일어나서 저거 봐. 저거 봐. 보란 말이야.
오빠, 나 먼저 갈께.
그의 부모님과 동생을 잘 부탁 해.
-
[뒷 장에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고, 피만 남아있다.]
-
이제 그녀의 이야기가 끝 난 것 같다.
이야기의 화자인 그녀는 내 여동생으로, 난 그녀의 일기장에 나오는 [오빠]다.
........어디서부터 뒷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지 잘 모르겠네..
너무 충격적이어서 가슴에 평생토록 묻을려고 했는데. 묻히지가 않더라,
콱 죽어 버리고 싶었는데. 죽어버리면 나에게 [그]의 부모님과 동생을 부탁한 그녀가 아른거릴 것 만 같아서 죽어 버릴 수도 없더라.
미칠것만 같았다. 아니, 처음에는 미쳤었다.
그래서 몇 년간 정신 치료를 받다가 이제서야 차차 안정을 찾아서, 가슴속에 영원히 묻고싶어서.
끝끝내 없애지 못 한 그녀의 일기장을 묻고 싶어서 여기에다가 글을 남기게 되었다.
안녕. 나 스레주,
이 이야기가 아직 끝은 아니야. 나머지는 좀있다풀께
잠깐와서 답하자면, 위 내용까지는 여동생의 일기를 그대로 썼다. 아스퍼거 장애가 있어서였는지, 글 문체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난다.
이제 이 후의 이 일기장의 이상한 점을 풀게 될 거야.
스레주 왔다. 오늘은 좀 일찍 왔다가 일찍 갈거야.
위에서 말했듯이 여기까지의 내용은 여동생의 일기고, 내 이야기를 풀어볼려고한다.
나도 그 사고가 있었던 날을 기억한다. 싸움은 정말 별 거 아닌 일이었다. 그냥 나는 컴퓨터를 비켜 달라고 했을 뿐이고, 여동생은 싫다고 했을 뿐이다.
단지 그 날이 덥고 짜증나는 여름이었고, 절묘한 타이밍에 에어컨은 고장나서 한 대밖에 없는 선풍기를 나누어 가지지 못 해 짜증났을 뿐.
그래서 찌질하게 옛날 일까지 들먹이면서 싸웠다.
...그때의 어른 스럽지 못 했던 행동이 그런 사고를 불러 일으킬 줄은 몰랐었다.
부모님은 애써 짜증나는걸 감추시면서 여행을 떠나자 하셨고, 여동생이 함께라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급작스레 떠난 여행이었다.
싸움은 차 안에서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서 아버지의 운전 집중력을 흐트린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의 대각선 방향에 앉아 있었던 나는 정면을 보며, 여동생의 말을 무참히 씹고 있는 상태였고 여동생은 계속 짜증나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다가... 해안가 도로변을 지날무렵, 정면에서 튀어나오는 더러운 개가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여동생을 끌어당겼고, 상황을 모르는 여동생은 갑갑한지 날 패대기 칠려고 날 주먹으로 쳐댔다.
끼이익 쿵 하고 커다란 굉음이났다. 난 여동생과 나란히 누워 있었다.
눈을 떴었을때는 피범벅이 된 여동생이 보였다. 무의식적이지만, 그건 여동생의 피가 아니라는게 느껴졌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어째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오른쪽 팔을 들어 여동생을 흔들어 볼려 했으나, 아무리 힘을 줘도 오른쪽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앞에서 기괴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의 신음 소리였다. 부모님에게 괜찮냐고 몇 번이고 부모님을 불렀다. 그러나....
이내 신음 소리는 그쳤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오랜만이야.
당장은 시간이 없어 많은말은 할 수가 없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여동생의 일기장은 비롯해 여동생과 관련된 모든걸 없애 버렸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풀어 보자면, 그 사건 이 후 실제로 내가 입원을 하고 식물인간 상태이긴 했었다.
하지만, 동생의 일기처럼 반여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잠을 자지는 않았다. 해봤자 일주일.
다행히 친척들은 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렸고, 난 상주가 되어 무사히. 하지만 조급하게. 장례식을 치르었다. 치료비도 입원비도 원래 부모님의 재산도 있었지만 친척들이 많이 도와 주었다.
부모님을 잃은 슬픔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 여동생의 일로 그런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잠들어 있던것은 내가 아니다. 오히려 여동생이다.
여동생은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고, 미친듯이 부모님을 찾아 울부 짖었다. 솔직히 당시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여동생은 거의 짐승같은 모습으로 기억된다.
깨어나서 평소처럼 얘기하다가도 부모님을 찾으면 내가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 거짓말 하지말라고 미친듯이 욕을하고 물건을 부수었다.
처음보다 날이 갈 수록 상태가 안 좋아지는 여동생의 모습은...솔직히 미웠다. 많이 많이...
내 혈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밤이면 밤바다 병동을 돌아다니며 부모님을 찾는 여동생 때문에 병원에서 이런 상태로 있으면 더 이상은 곤란하다늬 말을 들었다.
결국 내 선택은 진정제와 수면제 투여를 늘려달라는것이었다.
정신병원에 가두는걸 생각해 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사실 난 당시도 지금도.
미쳐버린 여동생이 되돌아 온다는 헛 된 희망을 품고 있었던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짜 미친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죽었을때도, 여동생의 그런 모습에서도..난.....
.....여튼 그렇게 나는 여동생의 병실에 발길을 점점 끊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공부했어.
그 뜨거웠던 여름은 어느새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었어.
여동생을 잊기 위해서 공부에만 전념했어.
군대를 갈 나이였지만 일단은 사고와 우울증 감정을 받은 나는 군면제를 받았으니까.
대학생이었지만 가만히 앉아 돈을 까먹으면서 졸업을 기다릴수는 없으니까...
자퇴를 하고는 적당히 시험쳐서 나쁘지 않은 회사로 들어갔어. 좋았어. 일에만 전념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거든.
중간중간 여동생을 찾아가봤지만 발길을 끊은 후 찾아간건 기껏해야 두어번일거야.
지금 생각하면 난 내생각 밖에 못한 멍청이일뿐이야....
솔직히 후회 되고, 내가 원망 스러워. 그리고 미안해.....
잠든 얼굴이나마 더 보아두었으면 이렇게 후회는 하지 않았을건데.
그러다가 어느 날 밤, 여동생을 찾아간적이있다. 1월 초에 밤이었으니까 꽤나 쌀쌀했어.
회식 후 술김에 찾아간거였지.
컴컴하고 검은 복도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미친것처럼 걸어갔어. 그날따라 베베 꼬이는 발걸음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어.
겨우 여동생의 병실에 찾아 들어갔을때 한기가 밀려왔어.
병실 자체는 따뜻했어.
하지만 병실 주인의 빈자리속에 멤도는 한기는 너무나도 시려워서, 등골이 서늘했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 제대로 된 생각을 이끌어 내지 못했어.
그래도 여동생을 찾을 생각이 들었는지 빈 병실을 계속 더듬더듬.
그러다가 이건 꿈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그래서 그냥 병실 주인의 자리에 누워서 기분좋게 자버렸어.
다급히 나를 깨우는 손길이 거칠어서 짜증이났어.
하지만 오랜만에 누군가가 날 깨워주는게 너무 좋아서. 머리는 빙글빙글 도는데도 힘들게 눈을떴어.
그리고 보인것은 굳은. 황당한. 당황스러운. 오만가지의 표정이 스쳐지나가는 남자의 얼굴이었어.
.....그대로 상황설명도 듣지 못한채 난 경찰로 송치 되었다. 믿을 수 없었다.
여동생의 마지막 일기와 비슷한 내용이야. 아니, 어쩌면 같을지도.
-
오빠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제발 일어나 줘. 일어나 줘. 일어나.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오빠에게 화가 나.
오빠의 상의 소매를 걷고 서랍 속 면도날을 꺼내어서 오빠의 팔을
그었어
한 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오빠는 깨어나지 않아.
오빠의 팔을 푹푹 찔렀어. 그가 보여주었던 벚꽃과 같은 색깔의
피가 계속해서 나오는데도 오빠는 깨어나지 않아
-
아니,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조사받으러 갔을때 씻고오라는 경찰의 말에 상황파악도 하지 못한나는 얼떨결에 화장실에갔다.
미친놈이었어. 숙취로 일그러진 표정과 충혈된 두 눈. 헝크러진 머리카락. 구깃구깃한 옷.
그리고 피칠갑된 내 모습.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대로 한참이나 서있다가 씻지도 못한채 담당 경찰의 부름에 나가서 자초지종을 들었어.
그 날 여동생은 나를 보고 미친듯이 흔들었다가 깨어나지 않는 나를 보고는 칼을 꺼내들었데.
어디서 나온건지 불분명한 출처의 칼.
그리고 일기처럼 나를 향해 칼을 마구 찔러대었어.
.....한 가지 다른게 있다면 상처난건 내 망가진 오른팔이아닌
팔과 칼 사이에 있었던 여동생의 손이라는거...
그리고 여동생이 어디를 나갔나?
그 때 나온 사실이지만 어느 날부터 여동생이 밤마다 사라졌다고한다. 병원측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괜히 일이 커지면 문제 될까 쉬쉬했고
수면제 투여량을 몰래 늘리면서 문제를 해결할려고 했단다.
기가찼다. 화가 났지만 병원을 자주 못간 내 잘못도있다.
부모님 장례식때도 흐르지않던 눈물이 밀려 올라왔다.
그 추운 날 얇은 병원복을 입고 어디를 돌아다녔던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나에게도, 병원에도 화났다.
여동생의 일기장은 서랍장 안에서 나왔다고 했다. 경찰은 그걸 나에게 넘겨주었다. 다행히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는 결과가나와 쉽게 나왔다. 그러나 아직 여동생의 문제가 해결된것은 아니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병원에가서 여동생의 병실을 찾아갔다. 중환자실이고 면회시간을 한참을 넘겼지만 아무도 날 말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말이 옳을것이다.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듯한 몰골로 오는데, 지들도 찔린게 있으니 아무말 하지못했다.
잠든 여동생은 이때까지 봤던 모습과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야윈볼과 거친 피부. 가슴께를 넘는 머리칼.
손을 잡아보았는데 둘둘 말린 붕대가 불쾌했다.
산소호흡기까지 달고있으니 더욱 더 가관이었다.
주치의가 와서 목소리를 몇번 가다듬다가, 과다 출혈로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핏줄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동생은 수혈도 쉽지않다고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온것같다고 말했다.
역겨웠다.
전화기가 울려서 보자 회사였다.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춥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 다가온 따뜻한 봄은 나에게 너무많은 시련과 상처만을 채찍질 할 뿐이었다.
전화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와그작하고 너무 간단하게 부서져서 허탈했다.
손을뻗어 여동생의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을잡았다. 흥건해지는 손이붕대너머로 느껴졌다.
오빠...
여동생이 부스스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않았다. 여동생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내가 듣고싶었던 환청인지 난 아직까지 알지못한다.
"드디어 와줬네."
"....응...미안해..."
"엄마 아빠는 어딨어?"
"....곧 만나 봴 수 있을거야."
나 스레주. 지금 일 때문에 썰은 못풀고 답변만 하고 갈께.
2차 창작은 머지않아 곧 스레가 완전히 끝난 뒤에 해 줘.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 이지만. 어렴풋이 눈치 챘을지 몰라도 그에 관한 내용은 사실 여동생의 환상 속 세계야.
단지 그냥 나는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아직 받들이지 못했을뿐이야....그를 부정하면 내 여동생도 정말 미친년이 되는거니까.
여동생이 밤마다 어디를 갔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 아마 '출근'을 했던거겠지.
그 때 병원에 소송을 걸지않았던건 아니야. 다만 실질적으로 여동생이 피해를 입은건 동상뿐이었지.
그리그 여동생을 홀로 놓아두고온건...확실히 내 잘못이니까.
산소 호흡기 너머로 또렷이 들리던 여동생의 목소리. 가파지는 심장의 박동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고요한 목소리였다.
놀란 주치의가 달려와 여동생을 깨우고 흔들었다.
"오빠, 오늘 벚꽃은 정말 아름답게 폈어."
전기충격을 가하기 위해 달려드는 간호사들과 의사사이로 여동생의 얼굴이 보였다. 입은 뻐끔거리지 않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 귀를 파고들었다.
....한순간이지만,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보고 전에 없던 더 없이 맑고 환한 미소를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빠, 나 다녀올께. 그가 나를 부르네"
다녀온다는 그녀의 말. 그리고 바빠지는 의료진의 손길. 내 손길은 그저 여동생을 향해 흔들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순간
의료진팀에 정적이 흘렀다.
세월의 흔적이 지나간 깊게 패인 주름이 서글서글한 인상의 주치의는 무테의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우물쭈물 다가왔다.
뻔한 멘트로 시작했다.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사람의 죽고 삶에 의사는 그저 삶을 연장하는것밖에 할수없다.
죽음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너무냐도 잘.
그렇지만 여동생도, 부모님때도 그 이전 크고작은 죽음을 함께했다.
그렇지만, 죽음을 못막아내는 의사가 아무 잘못없음을 앎에도 너무나도 화났다.
여동생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루었다. 그 이후 나는 수많은 자살 시도를 했다.
여동생의 죽음이 내 잘못인것만 같아서,
잘 돌보아 주지 않은 내 잘못인것만 같아서.
잊으려고만 내 잘못인것만 같아서.
수없이 많은 후회를 했다.
근데 막상 죽으려고하니 죽어지지도 않더라.
목을 매다니 멀쩡하던 밧줄이 끊어지더라.
손목을 베니 연락도 안하던 친구가 찾아오더라.
가스를 틀고 누우니 야구공이 유리를 깨더라.
옥상에서 뛰어내리니 거기에 쓰레기가 쌓여있더라.
아무것도 안되더라.
회사에서는 잘리고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어영부영 술로만 배를 채웠다. 자다가 깨면 술 담배 술 담배 그러다가 취해서 여동생을 욕하고는 잠에 들었다.
원망스러웠다. 몇 번이고 일기장을 되읽으면서 여동생과 그를 욕했다.
실실 쪼개면서 소주병을 깨고는 어차피 안죽어, 라며 깨진 유리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그렇게 반여년을 보냈다. 그나마 남아있던 돈 마저 떨어지고 노가다라도 뛰기 위해서 거리로 나갔다.
하루벌어 이틀, 나흘 정도는 술을 먹을수 있을거같아서
그러나 이미 망가진 내 몸은 한 눈에 봐도 보였다.
퀭한 눈과 시커먼 낯짝과 헝크러지고 이리저리 삐친 돼지털같은 머리. 말라 비틀어진 몸뚱아리. 덜덜 떨리는 손.
허드렛일 하나 받지못한채 나가야만했다.
좋은 불금이다. 오늘이 마지막 썰이 될 것 같네.
그 날, 인력 사무소에서 아무런일을 받지 못하고 나올무렵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런데 아까 앉아 있던 아저씨가 아닌, 다른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상병신아, 니 몰꼴로 어딜갈래. 정 갈데 없으면 나 따라와."
이미 내 정신은 반쯤 나가있었으므로 기분 나쁘고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술 생각에 그 아저씨를 따라 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했다. 사무실 안에서 재떨이도 없이 담배를 태우는 그 꼬락서니에, 정장을 걸치기는 했지만 양아치 같은 느낌.
그런데도 척추를 반듯이 펴서 걷는게 의외로 멋져보이기도 했던것같다.
내가 들어갔던문이 아닌, 사무실 뒤편의 문으로 빠져나갔는데 길은 굽이굽이쳐서 가게들이 쪼롬히 서있었다. 이유없이 머리가 어지러운데 그나마 들어온일을 포기할수없어 양아치 아저씨를 꿋꿋이 따라갔다.
가게들도 하나같이 이상했던것 같다. 대부분 유리벽이 되어 내관을 볼 수 있었는데 인테리어가 기이했다. 아니, 인테리어도 아닌가.
가구가게라고 치면 가구가 천장까지 닿아있고 꽃가게라고 치면 건물안에 꽃만 가득 차 있었다. 건물들도 하나같이 사각형의 반듯한 모양이 아닌 굽이치는 길처럼 곱슬한 모양이었다.
아픈 머리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그 아저씨를 좇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도 그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순간 눈치챈거지만, 그 가게들은 반복되고 있었다. 똑같은 가게가 똑같이.
다른점이라면 가게의 모양이 좀 더 복잡하고 기이한 형상으로 변해가면서 가게안 물건들도 형체없이 색깔만이 섞여 괴랄했다는 점?
나는 그때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참다참다 못해 아저씨를 부르기위해 앞을 보았지만,
난 어느 순간부터 혼자 걷고 있었다.
땅바닥이 푹 꺼지는듯한 느낌에 주저앉았다. 다행히 바닥은 평평하지는 않았지만, 꺼지지는 않았다. 지친나는 결국 드러누웠다.
후우, 하고 하늘을 보았지만 기이한 건물들에의해 하늘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저 멀리서 날아오는 먼지가 눈에 들어갈려하길래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잡았다.
펼쳐보니, 그건 벚꽃잎이었다.
고개를 들자, 기이했었던 건물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범한 건물들의 형상이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 살면서 본 적 없는.
아까 보았던 건물들의 모습보다 더욱 더 기이한 크기의 벚꽃 나무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여동생의 일기장이 생각나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음식점으로 보이는 3층짜리 건물의 2층 창문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동생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분명히 먼거리인데도 가깝게 느껴지면서 여동생의 느낌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그리고 여동생의 시선 끝에는,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여동생과 남자는 무어라 계속 말하는 듯 했지만, 들리지 않아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여동생은 나를 보지않았다.
왠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주친게 아니라 느낌이 들었다는 의미는, 분명히 시선은 다른데 두고있는데 나를 보고있는 느낌이 들었다.
설명이 어렵지만 그냥 그랬다.
벙쪄서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정말로 내 쪽을 한 번 봤다.
그리고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주고는 여동생쪽으로 몸을 돌린 뒤, 무어라 말을했다.
그리고 무어라 말한 뒤, 여동생의 귀를 꼭 막아준 후 입을 맞추고 한 마디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말만은 똑똑하게 들렸다.
내 욕심이 과했어. 미안해.
그리고 남자의 형상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지고, 건물과 함께 여동생의 모습이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아무 생각도 하지못한채 자리에 혼자 남아 서있었다.
벚꽃 나무를 올려다보자, 벚꽃 나무도 아까와 같은 기이한 형상으로 변해가는 듯 했다.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건물의 모양이 되었다가 짐승의 모양이 되었다가 자동차의 모양이 되었다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모양이 되었다가.
몇 가지의 모습을 반복한 뒤, 어느 순간부터 아저씨의 형상으로 굳어져갔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다가, 아저씨가 담배를 또 다시 한 대 물며 말했다.
"너도 한 대 줄까?"
매우 허탈한 문장이다. 자리에 또 다시 주저 앉았다.
"이거 봐봐, 내 딸 사진인데 얼마후에 태어나."
껄껄껄 걸걸하게 웃으며 보여주는 종이는 백지였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이곳은 사람들의 꿈의 잔재. 환상. 혹은 진실. 기억.시간.거짓.죽음 여러가지의 모습이 섞인 불안정한 형태야. 그래서 그 무엇도 아니지."
"저랑 제 여동생은 왜 여기에..."
그는 걸걸하게 웃더니 담배 연기를 내뿜고 얘기했어.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마 어쩌면 그 아저씨는 진짜 양아치일지도 모르겠네,
"몰라, 나도 짜증나. 몰살일 줄 알았는데."
시발새끼
그의 말은 그냥 이랬어. 사고를 일으킨 개는 자신이고, 원래는 우리 가족 모두 다 같이 죽을 운명이었다고.
그 좆같은 운명 누가 정했냐니까 그런건 원래 없데.
내 여동생은 나 때문에 살아난거고 나는....
.........그 날 부모님이 죽을 적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은 괴기한 신음을 내고 있었지만 이미 혼이 빠져나가서 죽은 사람이었데.
그저 빈껍데기만 있었는데도 대답하면 혼의 연결고리같은게 있어서 나까지 따라올걸 알고있었기에 살 수 있었지만 그냥 날 살려달라고 했었다더라
무슨 말인지 이해는 안되지만 결국 난 부모님 팔아서 산 개새끼가 됬단건 확실히 알았어
여동생을 데려가면 내가 자살할걸 알아서 여동생을 먼저 데려갈려고 [아무것도 아닌 곳]에 데려와서 환상을 보여주었데.
자기는 현실 세계에서 무언가가 되어 일을 꾸밀 수는 있지만, 없는걸 만드는건 [룰]에 위반되어서 안된다고 했어.
여동생을 조종하는건 룰에 위반되어서 의사가 되서 마음대로 투여량을 늘리고 재워놓으면서 계속해서 아무것도 아닌곳에 가두었는데, 그게 뜻 대로 안되더래.
아무리 투여량을 늘려도 일정한 시간이 되면 깨어나서 밤마다 밖에 나갔데.
여동생은 미친 게 맞을거야. 간곳이 우리 집 문 앞이라니. 매일 밤 마다 불꺼진 우리 집 앞을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돌아가다니.
내가 그딴식으로 대했는데도 나한테 오다니.
여동생의 일기는 여동생 기준에서는 전부 사실이었어. 허황된 개 소리가 아니라. 시팔 왜 몰랐을까.
결국은 그 아저씨가 개새끼 잖아, 나는 왜 안데려가냐고 물었어.
등가교환에 어긋나 버렸데. 내가 자살할려고 할때마다 여동생이 막아버려서 여동생이 벌을 받게되었는데, 그 벌이 너무 크데. 그리고 나도 벌을 받아야 된데.
여동생이 받게 될 벌이 뭐냐고 묻자, 나에게 직접 벌을 주는거래.
그러면 내가 받게 될 벌은 뭐냐고 묻자, 모든 진실을 알게되는거래. 그래서 마음에 상처와 짐을 받고 평생을 사는거래.
그게 뭐 그딴식이냐고 아저씨한테 달려들어 소리쳤어.
아니
내 여동생한테.
아저씨는 이미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내 여동생의 모습이 되어 있었어.
멱살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힘이 빠졌어.
여동생은 눈을 꼭 감은채 뜨지않았어.
오랜만에 멀쩡한 정신의 여동생을 만났지만, 이번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었던것같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결국 여동생의 발 앞에 매달리는꼴로 멱살을 부여잡았어.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어.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어.
"왜 나를 살릴려고 한거야."
가까스로 물었지만 여동생도 울고만 있다가 겨우 입을 열어 자그마하게 대답해주었어.
"난 이미 사고 날 한 번 버린 목숨이야. 오빠까지 나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내가 그런 대답을 원하는게 아니잖아...."
"오빠가 원하지 않아도, 오빠는 알아야 해."
"왜 벌을....벌을 받아야 돼....."
그 말에 여동생은 울음을 뚝 그치고 내 주먹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얹었어.
무의식적으로 여동생을보자, 여동생은 눈을 살며시 뜨며 말했어.
231 이름 : 이름없음 : 2013/06/08 01:33:56 ID:QSWqNCtQYt2
스레주 위로해주고싶은데 뭐라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냥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울뿐이야..
많은사람들이 보고있겠지만 나처럼 먹먹해서
레스를 못달고있다고생각해..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한 죄,"
"....."
"자신을 원망한 죄,"
"....."
"그리고 나를 잊지 않은 죄."
"....그게 무슨 죄야..... 그건 네 억지일 뿐이잖아."
그냥 느낌이 여동생의 거짓말이라는게 느껴졌어. 그냥. 그냥. 세상에 그런 죄가 있을리가 없잖아....
"그 날 그사고는 네 탓이 아니야! 누구 탓이든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잊어. 오빠는 나를 잊어야 해."
"어째서...."
"나는 이미 죽었어. 그 일은 모두 내 탓이고, 나는 자살했어. 하지만 오빤 살아있어. 삶을 억지로 포기하려 하지마."
"..........."
"난 이미 늦었지만, 오빠는 아직 괜찮아. 오빠는 나보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았잖아....그러니까, 그러니까...."
또 다시 울먹이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여동생의 고집을 더 이상 꺾을 수 없다는것도 느껴졌어.
"내가 주는 벌이야, 평생 죄를 달게 받아. 그리고 잊어."
"윤희야........................."
자그마하게 여동생의 이름을 불러주었어.
"오빠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조금 밝아지는 여동생의 표정에 안심이 되었어.
"오빠는 앞만 봐. 과거의 모든 벌은 내가 여기서 갚으면 돼."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게 느껴졌어.
그제야 모든일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어.
힘겹게 목소리를 내어 말했어.
"내 여동생을 많이 사랑해 줘. 그게 내가 네게 주는 벌이야. "
"윤희야, 사랑해."
"응, 나도 오빠."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이 나가면서 여동생의 우는 얼굴이 멀어지는게 보였어. 그리고 여동생 손을 꼭 맞잡은 '그'의 모습도.
여동생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사고 날 아버지가 보았던 더러운 개가 아마 '그'였을거야. 여동생이 아저씨의 모습으로 말했던 거짓말 중 일부는 어느정도 그의 이야기 였을거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 여동생이 탐이났다던가 그랬겠지.
솔직히 괘씸하지 않은건 아니야. 응. 사실 화나지만, 그도 많이 후회하는 것 같았으니까 됐어.. 여동생한테 그리 큰 죄를 지었으니까 내가 굳이 '벌'을 안주었어도 알아서 여동생한테 잘 해주었을거야.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가 내가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어. 손목을 그었는데 좀 제대로 들어갔는지 피가 철철 흘렀다네.
그 날 처음으로 삼촌한테 뺨도 맞아봤고.... 뭐, 속 후련하게 여기저기 처맞아서 피흘린것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입원했었어.
그제야 보이던게, 난 나만 생각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더라. 말은 안했지만 많은 친척들도, 친구들도 나를 걱정 했었더라.
나도 그처럼, 여동생의 벌이 아니었어도 살 이유가 생긴 느낌이었어.
스레의 썰은 이게 끝인 것 같다.
근황의 이야기를 하지면, 치료는 끝났고 일 자리를 알아보는 중.
내가 왜 그때 회사를 안나가서 이 고생을 하는지...ㅋㅋㅋ
친척들한테 돈 빌린것도 많고 이래 저래 바쁘다,
이렇게 갚을 돈이 있다는 또 다른 살 이유가 생긴 것 같다.
하고 싶은것도 많다. 하고 싶은걸 이루고 싶다는 살 이유가 생겼다.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주위를 한 번만 둘러봐라. 아무리 기고 날고 한 사람들이라도 마음 어딘가에는 상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살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거다.
후회없는 삶이란건 없다. 나만해도 이미 많은 죄를 저질렀고, 속죄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후회하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가 있는거다.
그러니까 스레더들, 힘내라.
나도 이제 스레주가 아닌 스레더로 돌아가서 일상 게시판에 간간히 출현해 "오늘도 사장님한테 혼났다ㅠㅠ" 이런 뻘레스나 싸지를 수 있는 스레더로 돌아가겠다.
길고 길고 필력도 없는 썰 끝까지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 언젠가 다른 스레에서 만나자.
아 그래 마지막으로 할 말.
가족이든 누구든 살아있을 때 잘 해줘라. 슬픈말이지만 언제 못보게 될 지 모른다.
그러면 진짜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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