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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레전드] 새어머니께서 임신하셨어요(feat.아버지의 불륜) 본문
안녕하세요, 초면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누가 알까봐 두렵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 써봅니다.
친한 친구들 사이라 해도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인정머리 없고 파렴치하다는 소리를 들을 까 두려워 고민을 상담하고 싶었어요.
저는 올해 스무살 대학생이고, 지방에 있는 간호대에 입학했습니다.
공부를 썩 잘하진 못해 장학금을 타진 못했지만, 저희집 형편상 등록금때문에 곤란을 겪는 등의 문제는 없었구요. 고등학생때도 잦은 음주, 흡연등의 문제 일으킨 적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우리 엄마....... 작년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심한 우울증이 있으셨고, 자살하셨습니다.
유서로 제게 미안하다고 엄마가 이것까지밖에 안되는 사람이라 네가 결혼하는 것도, 손주도 볼 만큼 살아갈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드시다고 남기시고요.
장례 치르고 나서 제게 직접 남겨주신 8천만원은 그냥 제 수중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엄마 대신 제게 남겨진 건 돈뿐이고, 그 돈을 쓰면 엄마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건드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아빠.... 아버지는 작년 11월에 재혼하셨어요.
빠르죠. 알고보니 엄마 때문에 괴로워 하시다가 지탱할 버팀막으로 생각하신 지금의 새엄마와.. 돌아가시기 전부터 쭉 만났다고 하시더군요. 상식적으로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용납되지 않고.
고3때 잠시 엇나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엄마를 생각하니 남은 건 저뿐이었을 엄마가 이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가여워서......... 이악물고 공부하고. 담담하게 재혼사실도 받아들였고.
새어머니 자식인 여덟살짜리 남동생도 가족으로 생각하자 마음 꾹 먹고 아무런 티도 안내려고 애써왔습니다.
그런데 새어머니가 임신하셨대요. 벌써 3개월이고요. 임신하고 얼마까지는 저한테 별다른 터치도 없었고, 호칭도 그냥 어머니라고 부르도록 하셨고.
아빠가 용돈 주시는 것에도 별다른 불만을 표한 적 없으세요.
그런데 요즘 툭하면 짜증부리시고, 저에대한 모든 것이 불만이신 가봐요.
처음에는 설거지, 그담엔 빨래, 아침밥.......... 제가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하셨으니 초기니까 조심하셔야 하는 것 압니다
그런데 거실에 의자에 놓여있는 제 코트만 봐도 신경질, 식탁위에 잠시 올려놓은 전공책만 봐도 신경질, 아침에 밥먹으러 마주 앉는 것도 싫어하셔서 저 아침 차리고, 혼자 밖에 나가서 공원에서 빵이나 삼각김밥 사먹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거실에 티비보러 나오는 것 조차 못마땅해 하는 게 느껴져서 방 안에 죽은듯이 머무르다 이른 시간에 나오기 일쑤입니다.
제 방엔 멋대로 들어오셔서 서랍 뒤지시고, 요즘 담배를 피운터라(한달도 안됐죠) 라이터 발견하신 걸로 노발대발....... 집에선 절대 흡연하지 않습니다.
임산부가 있으니까요.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저는 어떻게 풀 방법을 모르고, 혼자 해결한 방법을 찾은 것 뿐입니다.
이틀에 한번 꼴은 남모르게 넋놓고 울기도 하고............
저는 솔직히 임신하셨다는 사실 자체가 더럽고 역겨워요.
그래요, 욕하셔도 괜찮은데 전 아빠가 더러워요. 엄마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 전부터 만났다니. 불륜이면서 당당하게 재혼까지 해서..... 엄마도 이사실을 아셨던 건지. 엄마의 죽음도 다 그 사람들 때문인것 같고. 더러워요. 돌아가시자 마자 보란듯이. 정신상태도 이해 안가고. 임신했다고 히스테리 부리는 것도 최소한의 도리로 참아 왔는데.......
내 등록금도 왜 내주냐면서 역성들고 얼마전엔 싸우더라구요.
지 엄마가 남긴 돈으로 내면 되지 염치도 없다고.
밥벌레 같다고........ 기생충같다고........
저 기생충 아닙니다.
이런 소리 들을 수록 가슴이 미어지고, 엄마가 왜 나만 이런 지옥에 버리고 갔을까 너무 밉고....
친구들에게 새어머니 임신하셨다고 하니까, 미움받지 말고 잘하라고 하더라구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죽은 듯이 참으라고.
그때까지 참는 것 자체가 지옥일 거에요.
아빠랑 말하지 않은 지는 한참됐습니다. 입학허가 받고 자질구레한 금전적인 얘기나 일상적인 대화 몇마디 빼고는 주고 받지고 않았습니다
아빠도 새어머니가 우선이시고, 임신했으니 잘 대해주라고. 동생도 잘 챙겨주라고.
간 쓸개 다 빼놓고 텅 비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사는 게 너무 버겁습니다.
절대로 엄마가 남겨주신 돈 쓰고 싶지 않고.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편하게 있고 싶은데 도저히 돌파구가 없습니다.
저한테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뭔지 가르쳐주세요.
부탁드려요..
++후기
오늘 들어와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정말 보잘것 없이 고민만 토로해서 비난을 받을 거라고 예상도 했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고, 제게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신 것에 너무나도 감사하고 뭐라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네요...
어,.......
저는 여자고, 보험료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아버지가 알아서 하셨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습니다.
엄마는...회사원이셨구요, 외할아버지께서 농장을 하시다가 땅을 처분하시고 외가 형제분들께 똑같이 물려주셨어요. 장례식 후에 제 명의로 된 통장을 이모께 받았습니다.
학교는 시외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가면 되는 곳이라 자취방을 얻기에는 조금 무리였어요.
대신에 조만간 새어머니께 분명히 제 입장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자세한 금전적인 내용은 정말로 제가 아는 것이 없기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은 드릴 수가 없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미성년자였고, 또 야자다 뭐다 제 공부에 치여서 그런 부분까지는 세세하게 아빠랑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아빠랑은 처음으로 같이 술을 마셨어요.
아빠한테 그동안 못 물어봤던 일들을 다 여쭤봤고. 사실 엄마는........ 음.......
불륜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계셨대요. 이혼을 생각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대학교 졸업할때 까지만으로 미뤄뒀다고 하셨어요. 제가 가진 앙금을 모두 풀었다고 보기보단... 그동안의 의문을 풀었어요.
죄책감을 느끼신대요.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정리하려고 하셨는데, 새어머니께서 임신했다고 말씀하셔서 책임을 져야 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대요. 저희 큰아버지는 아빠랑 인연을 끊으셨어요. 저희 엄마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고,,,,,,, 근데 아빠도 새어머니 자식이 눈에 밟히셔서 차마 다시 이혼은 못하겠다고......(새어머니는 이혼하신 경험이 있으시고, 또 남동생이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라서..) ..... .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래도 아빠를 용서하진 못한다고. 아빠가 나한테서 엄마를 빼앗아간 거니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빠는 너에게 그 어떤 보상이 될 수 없지만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이 집을 주시겠대요. 엄마와 아빠가 너를 키우며 장만한 집이니 제가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저는 사양하지 않았어요. 아빠를 용서하든, 하지 않든.
엄마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졸업식때도, 결혼식때도, 인생의 그 어떤 순간에도 나와 함께하지 못할 거니까...... 그 어떤 걸로도 엄마를 대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집만큼은 엄마랑 아빠랑 나, 그렇게 행복했던 곳이니까. 새어머니한테 빼앗기기 싫어요.
저는 새어머니가 정말 미워요. 그리고 동시에 정말 불쌍해요.
새어머니도 끝까지 저희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가신 거나 마찬가지니까, 평생 가슴 속에 그 사실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은 그 모든 것의 산물이니까.
저는 절대 용서할 수가 없고. 미안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 자신의 잘못이라고 책망하는 건 지난 수개월동안 단 하루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내가 그날 엄마가 자는 줄 알고 학교나 가버린 거..... 좀더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걸.. 많이 안아드릴걸..... 엄마 해외여행도 시켜주기로 약속했었던 거 저는 하나도 못했으니까.....
엄마.........
이제는 소리내어 부르지도 못해서 마음이 아파.
내가 슬플때 나는 엄마를 부르며 울지 못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
엄마 냄새가 그리워. 엄마가 해주는 밥도 먹고 싶고..... 나는 엄마 옷이랑 사진같은 거 하나도 못태웠어. 엄마한테 싫은 소리 했던거 미안해, 나 스트레스 받는다고 엄마한테 소리지르고 문 닫아버려서 미안해. 나는 엄마한테 미안한 것밖에 없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도 참을 거야. 나 이제 다 컸어.
내 인생에 있어서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 고마워.
엄마가 준 사랑만큼 돌려 주지 못한 거 평생 속죄하면서 기억할거야.
무뚝뚝하고 말수도 없는 나같은 딸도 예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는 나한테 미안해 하지마.
내가 더 미안해. 엄마가 그런 마음이었을때 외면해서......
꼭 행복해야돼 엄마.
나도 꼭 행복해질게.
정말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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