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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빡침 레전드 - 나를 식충이 취급하는 남편과 이혼합니다. 본문
안녕하세요, 결혼 5년차 여자입니다.
제목대로 저를 식충이 취급하는 남편과 이혼하려고 합니다.
결심을 굳히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 일곱, 남편과 저는 동갑입니다.
남편은 지방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저는 수도권 2년제 대학을 나왔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조기취업했기 때문에 결혼 당시 이미 일한지 10년정도 됐었고,
장학금을 많이 받아서 학자금대출로 학교를 다녔음에도 대출금이 많지 않아 금방 갚았죠.
그리고 워낙 저는 쇼핑하거나 크게 돈 쓰는 취미가 없어서 번 돈 대부분을 저축했어요.
반면에 남편은 4년제 졸업하고 군대 갔다오고 하다보니 취업이 저보다는 많이 늦었고
학자금대출도 4천만원 가까이 되는 걸 갚느라 결혼당시까지 모은 돈이 많지 않았죠.
양가에서 지원을 해주실 여건도 안됐고 둘이 모은 돈만 가지고 결혼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7:3정도의 비율로 결혼했어요. 제가 7입니다.
이런 걸로는 전혀 불만이 없었어요. 있는 사람이 더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시부모님도 정말 좋은 분들이셔서 저한테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고
항상 남편한테 니가 부인한테 잘해야된다 하시는 분들이시기에 결혼 참 잘했다 생각했어요.
다만 저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미리 결혼 전에 연애할 때 부터 미리 남편에게 이야기 했던 부분이었고
남편 역시 별로 아이에 대한 애착이 없다고 저랑 둘이 오손도손 살고 싶다 하여 그렇게 알았죠.
근데 막상 결혼하고 1년쯤 지나니 아이 얘기를 하더군요.
우리 나이도 있는데 더 늦으면 아이 가지기도 힘들고 키우기도 힘들다며
많이 가지자곤 안하겠다 하나만 낳아서 예쁘게 잘 키우자 하고 저를 설득했어요.
저는 아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인격이나 자아를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무서웠어요.
쉽게 말하자면 잘 키울 수 있을지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은 경력을 굉장히 중시하는 일이라 애를 낳아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고
복직이나 재취업이 어렵진 않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커리어가 끊기잖아요.
어린이집에 보낼만한 나이가 되기 까지는 제가 제 일을 하지 못한다는게 싫었어요.
그럼에도 남편이 집안일 같이 하겠다 육아도 꼭 같이 하고 더 가정적인 남자가 되겠다고
끊임없이 설득하여 승낙을 하고 아이를 가졌어요.
막달까지도 회사를 다녔고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죠.
남편이나 저나 적어도 2살 정도 까지는 직접 부모 손으로 키워야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남편은 월급이 세후 200정도이고 저는 세후 250정도 였어요.
남편은 따로 상여금이나 보너스가 일체 없고 저는 보너스가 연간 800정도 나왔기 때문에..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제가 더 수입이 좋았는데 제가 일을 그만두니
수입자체가 반이상 줄어드니 가계를 꾸리는데에 있어 전보다 더 꼼꼼하게 해야했고.
원래도 특별히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았지만 더 줄이고 최대한으로 노력했어요.
주부가 된 이상 집안일도 내가 많이 책임지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와 씨름하고 힘들더라도 늘 집안을 깔끔하게, 빨래도 다림질도 완벽하게 했어요.
식사도 지겹지 않게 매일매일 다른 반찬으로 만들었구요.
제가 완벽주의가 있어서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빨리빨리 완벽히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집안일도 최대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냉장고청소도 거의 매일 같이 하고 이불 빨래도 매주 하고..
돌도 안된 애 키우는 집 같지 않게 정말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했습니다.
쓰레기봉투 내다놓는 것 하나도 남편 시킨 적 없어요.
문제는 남편이었어요.
평일에 제가 이렇게 완벽하게 집안일을 하면 주말만큼은..
남편보고 다 하라고는 절대 안해요. 남편도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거니까요.
다만 저는 혼자 다 하라는 게 아니고 같이는 해달라는 건데 완전 나몰라라에요.
친구 만난다 회사 동호회 나간다 게임 동호회 나간다...
온갖 핑계로 주말만 되면 아침부터 나가서 술먹고 밤늦게 들어오고.
간혹 집에 있는 날에도 드러누워서 핸드폰 게임만 했어요.
기저귀 한번을 갈아준 적이 있나 목욕을 한번 시켜준 적이 있나 분유를 한 번 타준 적이 있나.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도 조금 이따 해줄게 조금 이따 해줄게 하고 한번을 안해줬네요.
아이 돌잔치 알아보는 것도 저 혼자 알아보고 저 혼자 예약하고 저 혼자 초대장 만들고
아이 돌사진 찍는 것조차 저 혼자 스튜디오 알아보고 저 혼자 아이 데리고 가서 찍었습니다.
이쯤되니 같은 집에 사는데도 아이는 아빠를 잘 못알아보고 낯을 가려요.
아빠가 아주 가끔 안기라도 하면 자지러지게 웁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자주 보고 안아주고 하면서 아이와 가까워져야 하는데
남편은 반대에요. 아이가 자기만 보면 운다고 짜증내면서 더 집밖으로 나돕니다.
걷기 시작하고 나서 같이 가까운 곳으로 도시락 싸서 소풍이라도 가자고 하면,
또 자기는 무슨 약속이 있어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하면서 피해요.
여태까지 아이랑 놀러가서 찍은 사진엔 죄다 저랑 아이뿐이네요. 한번도 같이 간 적이 없으니까요.
뭔놈의 핸드폰게임은 매달 20만원 30만원씩 결제를 하는지..
용돈 따박따박 40만원씩 받아가면서 핸드폰비는 따로 30-40만원씩 나오네요.
참다참다 폭발해서 다섯달 전쯤 아주 크게 대판 싸웠어요.
해도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나는 아이갖기 싫다고 했는데 당신이 설득해서 아이 계획했고,
그래서 낳았으면 임신전에 약속했던 거 반의 반만큼이라도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맨날 아이랑 나는 나몰라라고 밖으로만 나도냐 당신에게 가족이 있긴 한거냐 하구요.
오히려 저한테 화를 내네요.
애보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티비틀고 낮잠이나 자고 집에서 띵가띵가 좋지않냐고.
너는 집에서 놀지만 나는 회사에서 씨름하고 힘들게 돈벌어오는데
주말에 그거 좀 쉬고 놀러가는 게 그렇게 아니꼽냐고. 억울하면 너도 돈벌어오라고.
집에서 놀아? 내가? 띵가띵가???
갓난쟁이 안고 집안일 완벽하게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키워보신 분들은 아시죠.
제 머리 하나 감을 시간이 없을만큼 정신없이 해놨더니 이 사람은 그게 당연한 줄 아나 봅니다.
게다가 돈 못번다고 무시하는데 더더욱 기가 차더군요.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었었는데? 결혼할 때 돈은 누가 더 많이 냈는데?
저런 말을 듣고나니 치사해보일지 몰라도 사람이 그런거 하나하나 다 따지게 되더군요.
이제 아이도 어느정도 컸겠다 좋아 니가 그런다면 나도 돈벌어오겠다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출산 전 제 경력을 너무나 높이 사주셔서 오히려 출산 전보다 연봉이 올랐습니다.
현재 연봉은 세후 280에 매년 보너스가 1000만원 정도 나옵니다.
웃긴 건 제가 하는 일이 야근이 좀 있는 편이라 9시 10시에 퇴근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에 퇴근을 해도 제가 올 때 까지 지 저녁밥 하나도 지 손으로 안차려 먹더라구요.
자기 밥먹는거야 자기 배고픈거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이 밥조차도 안챙겨주더라고요.
그래서 이틀전에 또 대판 했습니다.
대체 집에서 뭐하는 거냐고 이 시간까지 애를 굶기면 어쩌냐 하니
그러게 왜 일을 시작해서 이 난리냡니다. 엄마가 애를 봐야지 왜 밖으로 돌아다니냡니다.
니가 돈벌어오라고 나 돈못번다고 무시하지않았냐
이제 내가 너보다 돈 많이 벌고 너보다 밖에 더 오래 있으니 니가 집안일하고 니가 애보라니까
여자는 그러면 안된답니다. 너는 모성애도 없냐고 하네요.
도저히 말이 안통하더군요.
너 내가 집에서 집안일 할 땐 돈못벌어온다고 무시하고
집에 있으니까 집안일도 육아도 나혼자 하라고 하지 않았냐
이젠 나도 밖에서 일을 하는데 그럼 집안일과 육아 같이 해야되는거 아니냐 하니
엄마역할과 아빠역할은 다른거라면서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더니
저보고 야근이 없는 회사로 옮기던지 그냥 회사를 그만두라네요.
그래서 얘기했습니다.
그냥 우리 그만 살자구요.
제가 그냥 겁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지 헛웃음치면서
뭐 이혼?
이혼은 애들 장난인 줄 아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말고 내가 시킨대로 하라고. 이러길래
나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너 겁주려고 그냥 하는 말도 아니야.
니가 애 낳자고 설득해서 난 생각도 없었지만 고민끝에 아이를 낳았고
산후조리 때 부터 시작해서 우리 아이 혼자 키웠어.
너무 힘들었지만 밖에서 일하는 너 집안까지 신경안쓰게 하려고 집안일에 정성 다했고
니가 생각한 거 처럼 집안에서 티비나 보고 띵가띵가 논 적 없어.
근데 너는 나 돈못벌어온다고 무시하고 주말이면 나가서 놀고 애랑 놀아준 적도 없고
그러니 애가 아빠도 못알아보고 아빠한테 낯을 가리는데도 넌 느끼는 게 없었지.
결혼할 때 내가 더 결혼자금 많이 냈고 내가 더 수입이 많았는데
난 그런걸로 한번도 너한테 생색내거나 왜 그거밖에 못하냐고 한 적이 없었는데
너는 내가 애 키우느라 잠깐 쉬는거에도 돈 못벌어온다고 무시하더라.
그래 니 말대로 나 애 키우느라 회사 그만두기 싫어도 그만뒀어야 했고
대신 애 키우는 동안 뭐 하나 내꺼 사본 적이 없어.
옷도 양말도 머리삔 하나도 출산 전에 샀던 것들 썼지 뭐 산 거 없고
니 월급으로 애 키우면서 생활비하기 빠듯했지만 니가 용돈 올려달래서 올려줬어.
니가 주말만 되면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돈 쓸 때
난 마트전단지 보면서 어디가 더 저렴한지 체크하면서 시장봤어.
그렇게 고생해서 애 키워서 이제 어린이집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서 나도 다시 내 일 시작했고
나 바쁜거 뻔히 알면서 애 아프거나 할 때 마다 나보고 연차내라 하고
집안일 하나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애를 보는 것도 아니고.
200벌어오는데 80은 니 용돈 핸드폰비로 나가는데 120갖고 우리 생활비 하고 살았는데
넌 한번도 고맙다고 하던지 니 용돈 핸드폰비 줄여보려는 생각도 안하고
니가 돈번 거 니가 쓰는데 왜 태클거냐고 오히려 나한테 적반하장으로 짜증냈지.
차라리 아이랑 나랑 둘이 사는 게 낫지 니 씀씀이 감당도 안되고
아이랑 둘이 살면 나도 이렇게 집안일 많이 하고 빨래 많이 하고 안그래도 되고 여러모로 좋아.
그러니까 우리 깔끔하게 갈라서자. 했네요.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미안하다고 빌기 시작하는데
이혼서류 떼어올테니까 도장이나 찍으라고 했습니다.
근데 시어머니께 그걸 또 쪼르르 말씀드렸는지 전화가 왔네요.
둘이 무슨 일 있냐, 왜 그러냐, 대화로 풀어라... 하시기에.
어머니 저 참을만큼 참았습니다. 이 사람 도저히 대화로 안되는 사람입니다.
장장 3년을 대화로 풀으려고 했습니다. 저 일 그만두고 나서 식충이 취급하고 무시하고.
애 한번 안아준 적이 없어 애는 아직도 아빠한테 낯을 가립니다.
핸드폰 게임에 매달 30만원씩 돈을 써대면서도 자기가 벌어온 돈이니 터치하지 말랍니다.
이사람 월급에서 용돈 빼고 핸드폰비 빼면 100만원 남짓 남는데
그걸로 우리 세식구 생활비 해가며 살았습니다.
저한테 못하는 건 참아도 우리 아이한테 까지 잘못하는 건 도저히 못참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니
시어머니 우시면서 내가 미안하다 내가 아들을 잘못키웠다 하시네요.
늘 저한테 잘해주시던 시부모님인데 맘 아프게 해드려 죄송할 따름 입니다.
어쩜 저런 부모님 밑에 저딴 자식이 나왔는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사과하고 애교부리면 될거라고 생각하는지
지금도 카톡이 오네요.
미안하니 뭐니 이모티콘에 하트 범벅.
기가 찹니다.
저따위걸로 되는거라면 이혼이라는 말도 안꺼냈을텐데.
아직도 심각한 걸 모르는 거 보니 더더욱 이혼 해야겠습니다.
이번주중에 연차내고 이혼서류 떼고 이혼절차 알아보려구요.
아이와 둘이 새출발. 무섭기도 하지만 저사람이랑 사는 거보단 덜힘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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