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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부모초청행사날 우리 부대의 명물 '소주병 밭'을 보여드렸더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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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부모초청행사날 우리 부대의 명물 '소주병 밭'을 보여드렸더니...

스레TV 2019. 3. 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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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 생활관 뒷켠에는 야산이 있었다. 으시시하고 인적 드문 조그만한 야산이었다.


당시 부대에 막 전입한 어리버리 신병이었던 나는 어느날, 행보관님 지시로 그 야산 중턱에서 삽질을 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작업 도중 갑자기 삽 끝으로 “탁~탁~”하고… 무엇인가 이상한 딱딱한 물체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응? 이게 뭐지? 그것은 빈 소주병이었다. 그냥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다음 삽을 푸려는 순간!!


나는 억!! 하며 소스라지게 놀라고 말았다.


낙엽과 흙 사이사이로 그 동안 멀리서 초록색 풀로 보였던 빈 소주병들의 끝없는 행렬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 빈 맥주병의 데코레이션은 마치 알록달록 내장산 단풍 축제를 방불케하였다.


그리고 삽을 푸는 곳마다 소주병, 맥주병, 심지어 와인병, 17년산 양주병까지…


각종 주류 빈 병들이 쏟아져 나왔고 세계주류박람회에 온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내 기억으로는 그 야산은 흙 반 병 반으로 구성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음 날, 나는 맞선임인 최이병님에게 그 빈 병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 부대 고참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술을 반입하고 간부 몰래 음주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된다.


주류반입과 영내 음주는 군대에선 절대로 금기시 되는 것이기에 입단속 철저히 하라는 당부의 말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병장이 되었고 그 동안 부대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음주에 관해서는 특별했다.


평소 친한 간부와 내통을 통해 술을 술을 제공받거나 휴가를 갔다 오면서 몰래 가져오는 방법을 통해 술을 반입하고 음주를 하던 고참들의 무시무시한 비밀은


앙심을 품은 고문관의 소원수리로 모두 발각되었고…


분노한 대대장님은 그 이후 관련자들을 색출하여 모두 영창으로 보내버렸고 불시 생활관 검사 실시, 휴가 복귀자 소지품 검사 강화를 통해 영내 음주근절에 앞장섰다.


그 사건이 있고 한동안 군기강확립 특별단속기간이 이어졌고 몇 달이 지나서야 부대는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다.


누구나 잊지 못할것이다. 병장이 되고 군생활이 편해졌지만 아직도 까마득한 전역의 괴리감 사이에, 혼란이 찾아올 때쯤…


모두가 잠든 새벽, 당직사관님 망을 보며 몰래 내무실에서 선후임과 기울이는 술 한잔의 추억을…


그렇게 우리는 달콤하고 스릴 넘치는 술 한잔 한잔에 그렇게 자연스레 중독되어갔고 결국 우리는 넘어서는 안될 금단의 강을 건너고 만다.


그러나 이미 몇 차례 음주관련 사건으로 인해 간부들의 심해진 감시 틈에 도저히 술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구한다고 쳐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는게 군인의 숙명이었기에..장기 보관이 필요했지만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부대 전체 회식이 있는 날이면 우리는 머리는 맞대고 007 뺨치는 작전을 세우고 술을 빼돌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간부들이 취한 사이, 우리는 빈 약수통을 구해와 남은 막걸리를 모았고 CSI 과학수사대를 방불케 하는 신속정확한 호흡으로 목표물을 빼돌렸지만…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빈 석유통에 담겨져있는 기름 둥둥 뜬 막걸리의 처참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달 후 회식날에는, 한 껏 거하게 취해서 내무실로 돌아오는 우리에게 최병장은 보여줄게 있다며 설레발을 쳤다.


놀랍게도 깔깔이 품속에서 마치 거위가 황금알을 낳듯이 회식용 소주를 차례차레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날만은 최병장은 우리들만의 일그러진 영웅이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단잠에 들수 있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최병장 관물대 안에는 뚜껑이 굳게 잠겨진 빈 소주병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렇다. 소주는 처음부터 아예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건 생각하기에 달렸다고 했던가…

 

몇 주전 푸른거탑에 나온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고 우리를 참된 군인으로 정화시켜주는…기분이 드는건…개뿔…


허탈함과 상실감이 우리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때 당시 그 한잔의 달콤한 술을 너무나도 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고 절망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적은 노력의 또다른 이름이었다고 했던가!!


살아있는 로비계의 레전드, 최병장은 끊임없이 보급대 주류 판매 병사와 비밀리에 극딜을 시도하였고 결국 소주 1Box 라는 엄청난 쾌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넘어야할 큰 산이 남아있었다. 그 많은 보물을 숨길 장소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직사관님들은 매일 보물찾기하는 아이마냥 우리 생활관을 샅샅이 뒤지셨고 생활관 뒷켠의 인적드문 야산은 이미 간부들의 보이지 않는 함정이 파져있어 너무나도 위험했다.


구석진 곳의 땅을 파서 묻으려고도 해봤으나 영하 30도를 육박하는 새벽녘 강추위 속에서 언 땅은 아스팔트보다 더 단단했다…


어디다 이 보물을 숨기면 좋을까?


그 날 밤새 이어진 길고 긴 은밀한 회담 끝에…최병장과 나는 엄청난 묘책을 생각해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고구마였다!! 바로 고구마를 심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절묘했고 완전한 범죄였다.


하지만 이 고구마가 훗날 엄청난 불상사를 가져올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는 행보관님께 딱딱한 군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부대 뒤뜰에 몇 년 째 놀고 있는 텃밭에 고구마 모종을 심어서 고구마를 키우고 싶다고 요청했고


행보관님은 니들이 왠일이냐며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지원도 아끼시지 않으셨다.


우리는 몇 달 간 내 자식처럼 고구마를 애지중지 키웠고 그 고구마 밭은 우리 부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특히 쑥쑥 커가는 고구마를 보며 대대장님도 매우 흡족해하셨고 부대 분위기마저 너무나도 좋아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고구마 밭은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보물창고였다.


그렇게 우리는 원하는 날이면 고구마 밭에서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우리들만의 보물을 자유로이 꺼낼 수 있었고 그렇게 행복한 추억의 나날들이 이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기어코 부대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때는 부모초청행사 날이었다.


평소 고구마 밭의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던 대대장님은 부모님들과 간부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이 밭이 병사들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라며 고구마 밭을 자랑스럽게 소개하셨다.


그리곤 결국 흥분하신 우리 대대장님은 부모님들께 어디 그 고구마 맛 좀 보고 가시라고 손수 고구마를 캐기 시작하셨다.


자식들이 군대에 와서 고생만 하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고구마도 키우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자~이거 보이시죠? 이건 일반 고구마~이건 자색고구마~아주 색갈이 이쁘죠?


그리고 이건 호박고구마 어찌나 달던지~ 우리 병사들 고구마 장사해도 될정도라니깐요? 하하하!!


어어? 요놈 봐라? 이놈 좀 보세요!! 얼마나 자랐길래 잘 빠지지도 않네~~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꾸나!!”


그러나 그 순간…무엇인가를 본 부모님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사태 파악을 못하신 부모님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이것 좀 보세요! 이건 X이슬 소주! 캬 고구마에 소주 한잔~소…소…주…소주?? 이게 왜 여기에…응??”


결국 그렇게…


고구마와 소주의 은밀하고 위험한 동거는 처참히 발각되었고 최병장과 나는 말년 휴가대신 14박 15일 풀코스 영창을 선물받게 되었다.


이런 젠~~~~장~~~! 말년에 휴가 대신 영창이라니!! 말년에 고구마를 키우다 영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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