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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계룡대에서 장군 운전병으로 근무한 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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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계룡대에서 장군 운전병으로 근무한 썰

스레TV 2018. 8.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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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갈 시기가 되면 전역한 형이나 아빠가 해주던 말씀이 있죠.


내가 갈 부대가 집에서 가깝고 먼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임이나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뼈 져리게 느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서 운전병을 지원했습니다.



훈련소 끝나니 후반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경북 경산으로 팔려 가더군요.



운전 경험이 애매한 저는 소형운전병이 아닌 대형운전병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 순간 레토나의 로망은 날아갔습니다.



자대배치를 받으니 충남 계룡.


육.해.공 번호판이 달린 사제차만 가득하더군요. 


갓 이등병 때 한 번은 카운티운행을 마치고 수송부로 들어와 주차를 하는데


선임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운전하는 분이 수송관님 인줄 알았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더군요.



이 후 저는 버스운전병으로 버스를 운전하고 전역을 하면 되는데


부대에서 제일로 높은 분을 모시는 선임운전병이 전역을 하면서 그 자리는 제자리가 됩니다.



계급 막론 죄를 지으면 잡는...힘이 센 병과라   일반 장교들도 으리으리한데


하루아침에 그 부대에서 제일 높은 분은 모신다니 심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계급은 원스타지만 그냥 원스타가 아닙니다..병과에서 제일 높으신분)


  


차라리 마음 편한 버스운전병을 계속 시켜주지.........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군대에서 까라면 까야지요.



운전병으로 모시던 첫 날.


그 분이 차에 타시며 하셨던 말씀... 몇 년이 지난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자신을 아빠처럼 생각하라고 하시더군요


긴장하지 말고 지내는 동안 가족이 탄다 생각하고 운전 편하게 하라고...



어떻게 작대기 하나가 별을 아빠로 생각 하겠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는 한낱 병사 일뿐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그때부터 그 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출근하실 때 새벽부터 공관에 차를대고 본관까지 모셔야하는데


운동 삼아 걸어오신다고 전화 할때만 차를 대라 하셔놓고 전화를 잘 안하시네요.



점심시간이 되어 차를 본관 앞에 대기시키는데 걸어간다고 차타고 밥먹고 오라네요.


저는 차를 언제 대야할지 모르니 병사식당에 차를 타고 먹으러 갑니다.



점심 시간 끝날 무렵,


모시는분이 걸으니 부하들도 걸어야지요...점심을 드시고 부하들과 천천히 걸어오시는데


혼자 차타고 들어오는 제 모습이 뭔가 이상하네요.



저녁은 회식이 잦아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혼자 먹더라도 꼭 제 저녁도 챙겨주십니다.



떡볶이.시멘트를 입고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도 행복했습니다.


사회에 계시는 운전기사분과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운전병이 아니라 꼭 사회에서 일하는 운전기사만 같았습니다.



주말이나 골프장 운행은 괜찮다 말씀드려도 용돈을 챙겨주십니다.


6만원을 월급으로 받는 병사에게 만원 몇 장이 얼마나 큰돈인지요.



좋았던 점만 적은 거 같은데...당연히 힘든 점도 많았어요



차를 고속도로 올렸는데 가면서 졸리면 휴게소 들리라네요


창문도 열고 음악도 틀으라고 하시네요...그런데 그렇게 할수가 있나요.


뒤에 모시는분 주무십니다.저도 졸립니다. 


죄없는 허벅지만 꼬집으면서 졸음을 쫓고 다녔던 기억...




한번은 단 둘이 식사를 합니다. 모셨던분이 냉면을 시키셨는데


저는 찌개가 먹고 싶어 순두부 찌개를  시켰지요 .


사회생활을 안해봤으니...나중에 엄청 후회 했습니다.


장군이 다 드시고 앞에서 기다리시네요.


사주시는데 버릴순 없고 호호 불며 천천히 못먹겠더라구요.


그날 입 천장 다 디었습니다.



대위나 하사 같은 전속부관이나 당번병이 있음에도


저만이 하는 잔심부름도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모시던 분은 병사 편의도 고려해줄 줄 아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 분을 잘 모시기 위해 일병 때 까지


원사인 수송관님께 많이 혼났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루가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이것 저것 토를 달며 혼내고 화를 내시더군요.


수송관은 다 저럴까 화를 내기 위해 군 생활 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 수송부 가는게 무서울정도 였으니깐요.



짜증이 났지만


더 열심히 안전운전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군 생활 했습니다.


비가 와도 차를 닦았습니다. 차가 항상 거울처럼 번득번득 했습니다


(그때 진저리가 나서 지금 제 차, 항상 자동세차)



말년 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더니 전역을 앞두고


제가 운전하던 관용차를 긁어 먹었습니다.



수송관님이 어떠실지 뻔하기에 후한이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잔소리 한마디 안하시고 차를 고쳐주셨습니다.



전역하기 전날.


수송관님이 고생했다며 콜라에 삼겹살을 사주셨습니다.



전역하는 날.


수송관님이 바쁘신 와중에 굳이 계룡역 까지 태워다주시네요.



수송관님의 작은 보상이 저에겐 “너는 무난하게 군 생활을 마쳤다!“는 얘기로 들려 무지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군대에서 운전을 하며 웃어른께 대하는 예의를 배웠습니다.




그 후 전역하고서 1.2년 뒤에 모셨던 분과 수송관님께 한번 찾아 뵙고


명절 때 작은 선물 하나 챙겨 드린게 전부인데



전역한지 7년이 지났지만



엊그제는 어떻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며


전화 걸어주셨던 수송관님~~



바쁘지만 조만간 한 번 찾아뵈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많은 분 말씀대로 직장이든 군대든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지내는 사람이 좋아야 한다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해서 글을 썼네요~



오늘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함께 지내는사람들과 파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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