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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챔프 설명,템트리,능력치,스킬,스토리] 가렌 본문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

[롤 챔프 설명,템트리,능력치,스킬,스토리] 가렌

스레TV 2018. 1. 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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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설명 및 템트리



챔프 능력치



챔프 스킬



챔프 스토리




데마시아의 전사 가렌은 조국과, 조국의 이상을 수호하는 데에 몸 바치고 있다. 마법 저항력을 갖춘 방어구와 대검으로 무장한 그는 나라와 전우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다.


크라운가드(왕의 비호를 담당하는 가문에 주어지는 존칭) 집안 출신인 가렌과 그의 여동생 럭스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데마시아 귀족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아버지 피테르는 자르반 3세 왕의 경호에 헌신했고, 가렌은 그 뒤를 이어 차기 왕 자르반 4세의 근위관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다. 가렌이 장차 수행할 임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가족들은 데마시아와, 데마시아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불굴의 자부심을 그에게 심어주었다.


데마시아는 마법의 남용으로 세계를 초토화시킨 룬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평화로운 삶을 꿈꾸며 건국한 나라다. 암울했던 전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여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가렌의 숙부는 당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전사 중 한 명이었다. 마법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고 마법의 위협을 근절하기 위해 국경 너머의 온갖 풍파와 맞서 싸웠다. 어느 날 그는 가렌에게 이런 말을 했다. 바깥세상엔 경이로운 것이 수없이 많지만 위험한 것 또한 수없이 많다고. 이 세계에서 평화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마법사나 공허의 생명체, 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무언가가 언젠가 데마시아를 공격해 오겠지만 이에 맞서 싸우면서 평화의 시간을 연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그로부터 7개월 후, 숙부는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래지 않아 가렌은 어른들이 수근거리는 이야기를 통해 진상을 알게 되었다. 출혈을 일으키는 마법사의 주문 공격이 숙부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가렌은 숙부의 죽음을 통해 마법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확인했고, 데마시아 내에 마법이 침범하는 것을 절대 허용치 않겠다고 분노로 다짐하게 되었다. 데마시아의 이상을 추구해야만, 데마시아의 힘을 보여줘야만, 마법의 부패한 영향력으로부터 왕국을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숙부의 전사 소식이 퍼져 나가자 데마시아의 모든 이가 가렌을 위로해 주었다. 신분의 격차와 빈부의 여하에 상관없이 행인들은 그를 토닥여 주었고, 존경의 의미를 담은 선물을 쥐여 줬으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그들의 공감을 받으며 가렌은 데마시아야말로 국민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의 상처를 자신의 상처인 양 치유해 주는 연대의 왕국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 누구도 절대 혼자가 아닌 데마시아의 이상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마법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만큼은 떨칠 수가 없었고, 불길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동생인 럭스가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가 없었지만 한낱 의심 따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숙부를 죽인 금지된 능력을 크라운가드 가문의 일원이 갖고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열두 살이 되던 해, 가렌은 집을 떠나 불굴의 선봉대에 입대했다. 입대 후 그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으며 밤낮으로 훈련과 전술 공부에만 몰두했다. 훈련 시간이 끝난 후에도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검술을 갈고 닦는 데에 할애했다. 밤에는 상관들이 연습용 검을 압수해 가곤 했다. 그러지 않으면 가렌이 몰래 막사를 빠져나와 그림자를 상대로 대련했기 때문이다. 


불굴의 선봉대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가렌은 장차 자신의 비호를 받을 데마시아의 차기 왕 자르반 4세를 만났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자르반 4세를 만나고 가렌은 더욱 훈련에 매진하게 되었다. 앳된 왕세자에게서 위대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서로를 상대로 대련하기를 즐겼다. 모든 훈련이 종결된 후 가렌은 형제 같은 자르반을 언제나 지켜주겠다는 증표로 데마시아의 독수리 인장이 새겨진 핀을 선물했다.


녹서스의 데마시아 침략 전쟁 때 가렌은 아군을 방어하고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사지와 목숨을 아끼지 않는 데마시아 최고의 군인이자 무시무시한 전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프렐요드의 마르지 않는 잔을 찾는 수색 작업 중에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석궁 화살을 대신 맞은 적도 있었다. 랜시드 왕의 부패한 신하들을 습격할 때엔 침묵의 숲을 아무런 방어구도 없이 헤치고 다녔다. 


이렇게 용맹하고 출중한 가렌에게도 실패는 찾아 왔다. 녹서스의 공격으로부터 왕세자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가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르반 4세는 후퇴하는 녹서스군의 뒤를 좇으려 부대를 이끌고 나섰다. 젊은 자르반은 무자비하게 학살된 수백 명의 백성을 대신해 복수하겠다는 패기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깨닫지 못했다. 녹서스의 후퇴는 일부러 꾸며진 덫이었고, 자르반과 그의 군사들은 모두 포로가 되었다. 


가렌은 자르반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전쟁의 열기 속에서 자르반이 충동적으로 성급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사태를 진작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를 질책했다. 가렌은 파견 부대를 이끌고 왕세자를 찾아 나섰다.


가렌의 부대가 녹서스 군의 기지를 발견했을 때, 자르반의 갑옷은 피가 흥건한 처형대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끈적한 피 웅덩이 속에서 데마시아의 독수리 핀이 가렌을 향해 빛을 발했다. 왕자를 찾아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도 가렌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수일 동안 가렌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가족과 동료들이 아니라고 말해줘도 가렌은 왕자의 죽음이 자기 탓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숙부의 죽음을 온 왕국이 위로해 줬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도 죽은 전우들의 가족을 똑같이 위로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의 수입 전액을 전사자 유가족에게 기부하면서 다른 군인들과 함께 허름한 막사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자르반 3세 왕은 데마시아의 이상을 순수하고 겸허하게 실천하는 가렌의 심성에 탄복했다. 왕은 왕세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데마시아의 전 국민을 가족처럼 여기는 전사 가렌의 기상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가렌의 공적을 치하하며 데마시아인은 전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역설했다. 


가렌의 여동생 럭스는 오빠의 뒤를 이어 수도에서 왕가를 섬겼으나 남매간의 관계는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가렌은 입대 전 동생에게 품었던 의심을 부정하려 애썼다. 그리고 항상 동생을 사랑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무언가로 인해 동생과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데마시아의 군인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가렌은 언제든 목숨을 바쳐 데마시아를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쩌다 국경 내에서 악질 마법사나 녹서스 첩자가 발견되면 그는 가장 먼저 검을 뽑고 자진해서 나선다. 그는 적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며 국경 위에 결연하게 서 있다. 가렌은 데마시아에서 가장 무섭고 강한 군인일 뿐 아니라 데마시아의 근원적 가치인 힘과 용기, 연대를 상징하는 인물, 그 자체인 것이다.




단편소설


늙은 마녀는 데마시아 병사의 목에 밧줄을 감아 팽팽하게 조여 맸다. 병사는 목소리를 내 보려 했지만 그건 마녀가 정한 규칙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한 번만 더 규칙을 어기면 마녀는 그의 머리를 베고 그의 군모를 요강으로 쓸 것이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마녀는 계속해서 밧줄을 조이면서 기억의 덩굴이 그의 머리에서 새어 나와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녀는 언제든 병사의 머리를 베어버릴 수 있었다. 허나 그러면 합당치 않을 것이다. 잿빛 피부의 점쟁이 마녀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그녀에게 원칙이 없다는 말은 그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다. 마녀에겐 규칙이 있었다. 규칙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겠는가? 분명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병사가 규칙을 어길 때까지 마녀는 자리에 앉아 그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다. 그의 행복, 그의 기억, 그의 정체성까지 전부 다. 그러고 나면 댕강, 요강이 생길 것이다.

별안간 동굴 입구 언저리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들려왔다. 마녀의 보초병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연달아 들려오는 두 번째, 세 번째 비명소리.

일이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묵직한 군홧발로 미끄러운 동굴 바닥 위를 한참 동안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으로 보아 포기를 모르는 자인 것 같았다. 사방을 울리는 군홧발 소리가 잠잠해지자 딱 벌어진 어깨와 수려한 용모의 남자가 맞은편에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굴 속 횃불이 그의 진중하고 단호한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흉갑 위로는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녀는 동굴 뒤켠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갑옷에서 풍겨오는 시큼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력을 억제하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널찍한 검을 손에 들고 돌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그녀가 만든 왕좌를 향해 올라왔다.

마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칼날을 치켜들어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길 기다리며. 제아무리 용맹한 군사라도 그 이후의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지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남자는 칼집에 검을 꽂고 자세를 낮추어 바닥에 앉았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마녀의 두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마녀와 시선을 맞대고 한참이나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 옆에 목 매어 있는 병사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나를 이겨 먹으려는 수작인가? 내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려고?’

아마도 그럴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재미가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마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실종되거나 버려진 자들의 기억을 먹고 사는 마녀시죠. 동네 아이들 말로는 이 동굴만큼이나 나이가 지긋하시다고요. 일명 동굴부인이라 불리시더군요.” 남자가 호기롭게 말했다.

“하! 내 진짜 별명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다니. 돌할멈. 이게 내 별명이야. 왜? 돌할멈이라 부르면 두드려 맞을까 봐 겁이라도 났나? 아부라도 떠시게?” 마녀가 켈켈거리며 웃었다.

“아닙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그저 무례한 별명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남의 집에 찾아와서 주인을 모욕하면 안 되니까요.”


켈켈거리던 마녀는 남자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웃음을 멈췄다.

“그러는 넌?” 마녀가 물었다. “넌 누구냐?”

“데마시아의 크라운가드, 가렌입니다.”

“그래, 데마시아의 크라운가드 가렌. 이제부터 규칙을 설명해 주지.” 마녀가 말했다. “넌 실종된 병사를 찾으러 왔어. 맞지?”

가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 죽일 생각인가?” 마녀가 물었다.

“전 거짓말은 못 합니다. 오늘 당신과 나, 둘 중 한 명은 죽게 되겠죠.”

마녀가 켈켈 웃었다.


“패기가 마음에 드는군. 갑옷으로 무장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지.” 마녀는 늙고 늙은 자신의 얼굴 옆으로 손을 올리더니 병사의 목을 맨 밧줄을 더욱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래도, 규칙은 지켜야 해. 규칙을 지키기도 전에 검을 휘두르면 이 밧줄을 확! 잡아당겨 버릴 거야. 그러면 전우의 목이 뚝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테고, 넌 죽을 때까지 그 소리에 시달리겠지.”

마녀는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보였다.


가렌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채 마녀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럼, 이제 규칙을 알려주지. 만일 네 녀석에게 이 병사 놈의 머릿속에 있는 그 어떤 기억보다 달콤한 기억이 하나라도 있으면 내게 넘겨. 그럼 이놈을 양보하지.” 마녀는 가렌의 생각을 읽기 위해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만일 못하겠다면…” 밧줄을 잡은 마녀의 손에 힘이 실렸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계약을 어기려고 하면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무조건 대가를 치러야 해. 동의하나?”

“동의합니다.” 가렌이 말했다.




“그럼 네 얘기부터 들어보자고. 이 병사 놈의 목숨을 구하려는 이유가 뭐지? 병사 놈이라니 내가 너무 무례했나? 이름을 알면 이름을 부를 텐데 벌써 잊어버렸지 뭐야.” 마녀가 말했다.

“이름은 저도 모릅니다. 제 부대에 합류한 지 얼마나 안 되었으니까요.” 가렌이 답했다.

마녀는 가렌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풋내기 녀석,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릴 적 기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렌이 말했다. “여동생과 함께 삼촌의 등에 탔던 기억입니다. 삼촌은 녹서스의 용 사냥개처럼 짖는 흉내를 내셨죠. 몇 시간 동안이나 함께 웃었습니다. 좋은 기억입니다. 당신 같은 인간이 벌인 그 이후의 일 따위엔 전혀 물들지 않은 기억이죠.”

마녀가 쭈글쭈글한 눈꺼풀을 긁었다.


“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군.” 마녀가 말했다. “내가 즐거운 기억을 원하는 줄 아나?” 마녀는 목 매인 병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그의 머리에서 자신의 머리로 흘러들어오는 기억 줄기를 음미했다. “난 모든 것이 들어있는 기억을 원해. 고통, 혼란, 분노. 난 그런 기억을 먹을 때 회춘하거든.”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자신의 주름진 볼을 훑으며 마녀가 웃었다.

“그럼 삼촌의 부고를 받고 슬퍼했던 기억을 드리죠.” 가렌이 말했다.


“그것도 별로야. 참 재미없는 친구로군.” 마녀가 밧줄을 더 팽팽하게 당겼다.

그 때 가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을 빼 들었다. 마녀는 무모한 젊은 전사를 죽일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가렌은 마녀를 공격하는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고 칼날 끝이 마녀의 복부를 향하도록 마녀의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제 머릿속을 뒤져 보시죠. 원하시는 기억이 있으면 어떤 것이든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전 아직 젊지만 많은 것을 보았고, 당신이 좋아할 만한 상류층의 삶을 살았습니다. 물론, 하나 이상의 기억을 가져가시면 이 검이 당신을 찌를 겁니다. 그러나 단 하나뿐이라면 어떤 기억이든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마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고작 제 기억 하나가 평생에 걸쳐 쌓은 동료의 기억보다 나을 거라고?

이 젊은이의 용기, 그리고 무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마녀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몸을 숙이고 가렌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의 기억을 한 겹씩 벗겨냈다.

백석 전투에서의 승리가 보였다. 상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맛본 라이어버크 고기의 풍미가 입속을 감돌았다. 브래시모어 들판에서 숨을 거둔 전우를 붙들고 오열하던 때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여동생이 보였다.


동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느껴졌지만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 불쾌함? 아니면 불안감?

마녀는 가렌의 의식 속 기억을 지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기억을 골라내며, 함박미소를 짓는 금발 머리 소녀와 관련 없는 생각은 모두 옆으로 치워 버렸다. 갑옷 때문에 그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기억을 골라냈다.


한참을 골라낸 끝에 어린 시절의 기억에 당도했다. 남매는 작은 인형을 갖고 놀고 있었다. 가렌의 군인 인형이 동생의 마법사 인형을 죽일 기세로 좇고 있었다. 동생은 가렌에게 불공평하다고 투덜댔다. 마법사 인형이라면 마법을 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면서. 가렌은 비웃으며 군인 인형으로 마법사 인형을 넘어뜨리고 옆으로 치워 버렸다. 화가 난 동생은 소리를 지르더니 손가락 끝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렌은 눈이 부시고, 혼란스럽고, 또 무서웠다. 어머니가 와서 동생을 데려가긴 했지만 방을 나서기 전 동생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없던 일로 해 달라고 간청했다. 진짜가 아니라 장난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가렌은 넋 나간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냥 장난일 뿐이다. 동생은 마법사가 아니다. 마법사일 리가 없다. 가렌은 무의식 속 깊은 곳으로 기억을 숨겨 버렸다.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녀는 비슷한 기억을 계속해서 찾아냈다. 모두 하나같이 눈 부신 빛이 쏟아지며 끝이 났다. 무의식 속 깊은 곳에 사랑과 공포, 부정과 분노, 배신감과 보호 심리가 뒤섞인 불협화음 같은 감정이 묻혀 있었다.


가렌의 말이 맞았다. 좋은 기억이었다. 목 매인 병사의 기억을 모두 합쳐도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마녀는 미소를 지었다. 가렌이 그녀의 복부를 향해 검을 올려놓은 것은 똑똑한 처사였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빼앗긴 기억은 그 존재조차 망각되므로 원하는 만큼 기억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뻗으며 마녀는 빛의 소녀와 관련된 기억을 찾아 가렌의 머릿속을 샅샅이 뒤졌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을 골라낸 후에야 가렌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왔다.

“좋아.” 마녀가 눈을 뜨며 말했다. “이거면 되겠어.” 마녀가 동굴 입구를 가리켰다.

“거래는 성사됐어. 하나의 생명을 위한 하나의 기억. 이제 이놈을 데리고 당장 나가.”

가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 매인 병사에게로 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병사를 일으켜 세우고 마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동굴 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걸었다.

‘별난 놈. 내가 계약을 어길까 봐 걱정되나 보군. 이미 어긴 줄도 모르고.’

불현듯 가렌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부축하고 있던 동료에게서 손을 떼고 순식간에 진격해 왔다. 시선은 그녀의 두 눈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즉흥적인 도발에 마녀는 전율을 느꼈다. 가렌은 너무 크고, 너무 굼뜨고, 너무 느려서 거추장스러운 검을 겨누기도 전에 그녀의 공격을 받을 것이었다. 가렌의 기억에 목마른 마녀는 손가락 끝에서 어둠의 에너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네 눈에선 수년에 걸쳐 모인 감미로운 기억들이 보여.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내가 전부 마셔 버…’

무언가 차가운 것이 그녀의 몸속에서 느껴졌다. 쇠였다. 가렌의 갑옷에서 풍겨오던 시큼한 악취가 종전보다 더 진하게 그녀의 기도를 타고 올라왔다.

마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꽂힌 가렌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희미해진 눈빛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가렌의 갑옷 위로 검붉은 피가 떨어졌다.

녀석은 생각보다 빨랐다.


“무슨 짓이야?” 입안에 무언가 차오르는 듯 불분명한 발음으로 마녀가 물었다.

“계약을 어기셨습니다.” 가렌이 답했다.

지저분해진 이를 드러내며 마녀가 미소 지었다. “어떻게 알았나?”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짐을 덜어낸 듯이.” 가렌이 답했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돌려주십시오.”

차가운 동굴 바닥 위의 진흙에 피가 섞이는 동안 마녀는 생각에 잠겼다.

가렌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억을 되돌려 놓으며 마녀는 손가락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렌은 고통 속에서 눈을 감고 이를 꽉 깨물었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마녀는 그의 기억이 온전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의 지친 두 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불쌍하고도 어리석은 녀석이었다.

“애초에 거래는 왜 한 거야?” 마녀가 물었다. “생각보다 세던데. 훨씬 더 세던데. 밧줄이고 뭐고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전에 나를 산산조각 낼 수 있었을 텐데. 머릿속은 보여줄 필요도 없었잖아?”


“남의 집에 와서 기회도 주지 않고 피부터 흘리게 하면… 무례하기 때문이죠.”

마녀가 켈켈거리며 웃었다.

“그게 데마시아의 규칙인가?”

“제 규칙입니다.” 가렌이 말했다. 그리고 마녀의 가슴에서 검을 빼냈다. 상처가 드러나며 피가 흘러나왔고, 마녀는 쓰러지자마자 숨을 거뒀다.

가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우를 일으켜 세워 데마시아로 돌아가는 먼 길을 떠났다.

‘규칙이 없다면…’ 가렌은 생각했다.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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