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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챔프 설명,템트리,능력치,스킬,스토리] 자야 본문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

[롤 챔프 설명,템트리,능력치,스킬,스토리] 자야

스레TV 2018. 2.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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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설명 및 템트리



챔프 능력치




챔프 스킬




챔프 스토리



바스타야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자야는 치명적인 정확성을 자랑하는 전사이다. 민첩한 몸놀림과 간교할 정도로 예리한 두뇌를 갖추었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깃털로 자신을 막아서는 것은 모조리 베어버린다. 한때는 점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바스타야 종족을 구해내기 위해 혼자만의 전쟁을 수행했으나, 이제는 동지이자 연인인 라칸과 늘 함께 싸운다. 둘은 바스타야 종족을 보호하고 먼 옛날 바스타야 종족이 누리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야는 아버지가 불러주는, 바스타야 영웅을 노래한 고대의 찬가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그 선율을 들으면 아주 오래 전, 영혼의 세계가 현실의 물질 세계를 자유로이 부유하던 시절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 바스타야 종족이 살던 로틀란 지역은 슬금슬금 인간들의 차지가 되었고, 아이오니아의 원초적인 혼돈은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교란되어 버렸다. 바스타야 종족이 쇠퇴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자야는 부족의 법을 무시하고 인간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담판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깊숙한 오지에 자리한 부족을 벗어나 인간들의 땅에 발을 들여놓은 자야는 자신이 바깥 세계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떤 마을에서는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떼를 지어 자야를 공격했고, 그녀의 깃털을 훔쳐 귀중한 전리품으로 삼으려 들었다. 또 어떤 마을에서는 자야의 낯선 외양에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이 군대를 부르는 바람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전투를 벌여야 했다. 물론 자야에게 덤벼들던 자들은 치명적인 위력의 깃털에 찔리는 순간, 자야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지만.


크게 낙담한 자야는 부족으로 돌아왔으나, 그녀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부족민 전체가 아무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바스타야 고대 사원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마법으로 오염되는 바람에 영혼 세계와의 연결이 끊겨 버렸다. 자야는 오염을 없애기 위해 사원을 파괴했고, 그러자 곧바로 자연의 마법이 다시 흘러나와 주변의 땅으로 스며들었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으나, 자야의 부족민은 여전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몇 년간, 자야는 인간 세계를 떠돌며 튼튼하고 경비가 엄중하기로 유명한 요새들에 침입했다 빠져나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자야는 차츰 “보랏빛 까마귀”란 별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야는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고, 바스타야 종족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사명을 달성하는 데에만 온 힘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야는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다른 바스타야 종족을 만났다. 도둑맞은 바스타야 유물을 찾는 길에 들렀던 블롱코라는 산간 오지 마을에서였다. 그 마을에서 자야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잔뜩 열광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사람들이 둘러싼 무대에서는 그야말로 황금빛 공작새라고 할 정도로 현란하고 화려한 외모의 바스타야 종족 남자가 옛 바스타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남자는 (자야에게는 그 속임수가 뻔히 보이는) 싸구려 마술을 보여주며 공연을 끝냈고, 관중은 열화와 같은 함성을 보내며 남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라칸! 라칸!” 그러자 남자는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몸짓으로 절을 했다. 자야는 라칸이라는 그 남자가 실없는 어릿광대라고 단정했다.


자야는 그 남자를 뇌리에서 지워버리려 애쓰는 한편 또 한 번 바스타야 종족을 위한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에도 무사히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 어릿광대 남자가 블롱코 주민들의 주의를 끌어주는 바람에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했다.


그 라칸이라는 남자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음에도, 자야는 좀처럼 그를 마음 속에서 떨쳐내지 못했다. 정말이지 이상하고도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 남자의 영혼에는 해맑은 우아함이 있었고, 그것이 짜증이 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마을을 떠나면서도 그 이상한 감정에 빠져 있었던 탓에 자야는 잠시 방심했었고, 매복하고 있던 용병 집단에게 습격을 받았다. 자야는 오히려 반가웠다.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깃털을 적의 피로 물들이면 쓸데없는 생각과 원하지 않는 감정을 떨쳐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때였다. 라칸이 화려하게 등장한 것은.


자야는 호기나 부리는 허풍쟁이 바스타야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고, 라칸은 상관 없다며 자신은 그냥 신나는 파티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용병 집단과 싸우는 동안 라칸은 변칙적인 방법을 쓰기는 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용맹스러웠으며 아주 유능한 아군이었다. 그는 적들의 틈에서 찬란하게 도약하고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추었고, 인간들은 그 아름다운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틈에 자야는 정확한 손놀림으로 여유 있게 인간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자야는 필요 없다고 거절했지만 라칸은 계속해서 자야를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도무지 인정하기 싫었지만, 자야는 차츰 라칸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이 세상은 더 이상 쓸쓸하고 황폐한 곳이 아니었다.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바스타야 종족을 위해 투쟁한다는 자야의 열정이 이리저리 떠돌며 공연하던 것이 낙이던 전장의 춤꾼 라칸을 물들였다. 또한 자야는 라칸의 자유로운 정신을 받아들였고 라칸이 때맞춰 일으키는 소동을 틈타 적의 손길을 벗어나는 전술을 자주 활용하게 되었다. 둘은 이제 아이오니아에 다시 마법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바스타야 종족이 또 한 번 번영을 누리는 날을 위해 나란히 싸우고 있다.


단편소설


칸은 최악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 자기 황금빛 깃털만 쳐다보느라 말이다. 바로 오늘 아침에 깃털을 손질했는데 그 사이 뭐가 달라졌다고. 그러니 우리 계획을 한 번 더 말해줘야 할 판이다. 아니, 잠깐. 다시 생각해 보니 구출 계획치고는 좀 복잡한 건 사실이군. 원래 간단한 게 좋은 법이지.


“저들은 날 붙잡으면 죽여버릴 거야.” 내가 말했다.


“뭐? 감히 누가!” 라칸은 누구든 내 깃털 하나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는 기세로 말했다.


“경비들 말이야. 항상 경비가 문제지.”


“그럼 내가 그것들 주의를 끌게!” 라칸은 가슴을 좍 펴면서 말했다. “언제 하면 돼?”


“해가 지기 전에 초록색 빛을 찾아. 빛이 보이면 경비들을 꼬여내서 서쪽 성벽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그럼 내가 성벽을 따라 감옥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해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공연을 할 거야.” 라칸은 마치 이 계획을 자기가 세우기라도 한 듯 말했다. “그럼 우린 어디에서 만날까?”


“성문에서 봐. 내가 하늘로 이 황금빛 검을 던질게. 열 번 숨을 쉬는 동안 와야 해.” 나는 라칸의 망토에서 깃털 하나를 뽑았다. 황금빛 깃털이 내 손에서 따스하게 느껴졌다. 아페이 폭포에서 라칸의 품에 안겨 있던 기억이 물밀 듯 밀려왔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사이 좋게 포개놓은 우리 둘의 깃털에 내려앉았지. 행복한 날이었어.


“열 숨은 무슨. 자기가 검을 던지자마자 바로 성문으로 갈 거야.” 라칸이 말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내 몸을 기댔다. “그래, 자기를 믿어.”


라칸은 입이 찢어져라 득의양양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라칸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아니면 키스를 하고 싶어졌다. 아니, 어쩌면 둘 다 하고 싶어졌다.


“자기, 이제 시간이 됐어. 내가 자기라면 시간이 될 때까지 저 숲속에 숨어 있을 거야. 그러면 눈에 띄지 않겠지.”


우리는 포옹을 했다. 어찌나 포근한지 밤까지 이대로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태양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수평선 가까이까지 떨어졌고, 우리가 구해내야 하는 아쿠니르 영사는 혼자서는 그림자 수행 사제 무리가 드글거리는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라칸은 나더러 조심하라고 말하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멀어져갔다. 그가 걸음을 뗄 때마다 내 심장도 조금씩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이 라칸을 보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자기, 내 심장의 불꽃, 잊지 마. 일몰 때야.” 나는 라칸의 등 뒤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요새의 난간 사이로 눈에 띄지 않게 잽싸게 움직였다. 인간의 눈길을 피하면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인간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수행 사제 여섯 명이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한 번에 두 발씩 쏠 수 있는 석궁을 들고, 허리띠에는 검을 찼으며, 허리에 주렁주렁 두른 주머니에도 뭔가 무기가 들어 있을 게 뻔했다. 나는 그들 뒤쪽 내벽을 따라 살금살금 걸어 공격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갔다. 나는 깃털을 다섯 개 뽑아 손 안에서 가지런히 쌓아올린 다음, 엄지와 검지 사이에 쥐고 날려보낼 준비를 했다.


성벽 바깥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징이 마구 울어댔고,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이 당황해서 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라칸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감옥을 지키는 수행 사제들도 그 소란을 들었다. 갑자기 걱정 때문에 심장이 조여들었다. 내 사랑 라칸이 무사해야 할 텐데. 물론 라칸은 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죽지 않아야 할 거다. 라칸이 죽어버린다면 강령술사를 데려와 라칸을 살려낼 테니까. 그래야 내가 직접 라칸을 죽여버릴 수 있으니까. 라칸도 내가 그러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린 그런 사이니까.


경비들이 소란 때문에 지키던 자리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라칸이 조금 이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잘되었다. 저들을 한 명도 쓰러뜨릴 필요 없이 감옥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감옥 출입구에 거의 도달한 순간, 다른 경비 한 명이 요새 난간을 기어올라 소총을 겨누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누구도 나의 연인, 나의 라칸을 총으로 겨누는 건 허용할 수 없다. 라칸의 깃털 하나라도 다치게 하는 자는 내가 직접 그 목숨을 거두고 그자의 무기를 토막 내어 근사한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다닐 것이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감옥 안 죄수들이야 어디 갈 일도 없을 테니, 저 경비에게 자신의 과오를 깨닫게 해줄 시간은 충분하리라.


나는 난간을 향해 도약했다. 내가 맨 처음 날린 깃털은 소총의 총신을 잘라버렸고, 총신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다른 깃털은 경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고, 남자는 감자 푸대처럼 맥없이 성벽 너머로 떨어졌다.


“침입자다!” 문 앞에 서 있던 경비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잽싸게 몸을 숙이고 굴렀다. 석궁 화살이 마구 날아들어 내 뒤쪽 돌벽을 맞고 튕겨나오거나 나무 기둥에 들이박혔다. 나는 자세를 낮춘 채 더 좋은 각도를 잡으려고 흩어지는 수행 사제들에게로 돌진했다. 내가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자, 놈들은 내가 중력 때문에 떨어지리라 예상한 높이에 대고 석궁을 쏘아댔다. 하지만 나는 공중에 한참 머물러 있었다.


땅에 착지하기 전 나는 깃털 한 움큼을 뽑아 날렸다.


가슴에 내 깃털이 꽂힌 경비 다섯이 쓰러졌다. 남은 한 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깨를 펴더니 싸울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검을 뽑더니 내 발 앞 땅을 건드렸다.


“네 영혼도 이제 내 검 속에 넣어주지.” 남자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림자 마법의 힘이 그자의 검에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검이 거두었던 모든 생명의 정수가 그 안에 모여 있었다.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여기서 스무 발짝 걸을 동안에 죽인 사람 수가 네가 평생 죽인 사람 수보다 많을 걸.”


수행 사제는 잠시 망설이더니 내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이 지나간 공중에는 암흑의 기운이 아른거렸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해가 지고 있으니까.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내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자, 수행 사제 뒤쪽에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에서 내 깃털들이 빠져나와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검이 쨍그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바로 뒤이어 수행 사제의 몸뚱이가 땅에 부딪혀 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다음번엔 그림자단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새총 따위에 욱여넣는 방법을 개발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자단이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영혼을 무기에 쑤셔 넣는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의 정수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는 알뜰살뜰한 방법을 쓰는 건 확실하리라. 생명의 정수란 결코 함부로 낭비할 수 없는 것이니.


나는 라칸의 깃털을 꺼내 공중으로 띄워올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깃털은 황금빛 전령처럼 반짝였다.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들도 몇 명 있겠지만,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건 그들이 아닐 것이다.


나는 지하 감옥 안으로 들어가 아쿠니르 영사를 만났다.


감방 안에 갇혀 있는 영사는 척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삐쩍 마르고 허약해진데다 몹시 두들겨 맞은 듯했다. 내가 다가가도 경비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영사 일행은 물론 모두 바스타야 종족이기는 했지만, 영사와 영사의 아내는 소드조코 부족이고 수행단은 여러 다른 부족민들이었다. 영사 부부는 말없이 눈으로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금은 감사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직 요새를 탈출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와 영사 일행이 요새의 동쪽 출입구로 향하는 동안, 놀랍게도 경비는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보이는 경비 초소는 거의 다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여긴 분명히 요새인데? 경비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누가 근무 일정을 이 따위로 짠 거지?


우리는 무기고와 병영을 지나 모퉁이를 돌았다. 저 앞에 출입구가 보였다. 그런데 라칸은 경비를 만난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열댓 명을. 경비들이 라칸을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깃털을 바짝 세웠다. 이거 목걸이를 열댓 개는 만들어야겠는데!


라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얼굴에 띠고 있던 자신만만한 미소는 영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리벙벙해져 버렸다. 아쿠니르 영사는 옛날부터 아버지의 친구였고 지금은 우리 외교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고 나면 아쿠니르와 의논해야 할 일이 많았다.


“모두들 저기 보이는 숲으로 뛰어가세요.” 내가 명령했다.


영사 일행은 겁에 질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다행히 라칸이 소총을 들고 있는 경비들을 처리했으니 숲으로 뛰어가는 동안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은 좀 줄어들 것이었다. “빨리요!”


아쿠니르는 쇠약해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너무 느렸다. 라칸이 그를 부축하려고 다가갔다.


아쿠니르가 먼저 라칸을 붙잡았다. “아니요… 나 말고 콜을…” 라칸은 그 말을 듣고 영사의 아내인 콜에게 다가가려 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라칸은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영사를 뒤에서 덥석 붙잡아 숲으로 질질 끌다시피 데려갔다.


나는 영사 수행단 중에 가장 특이하게 생긴 줄로아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콜을 양팔로 들어올렸다. 콜은 그를 주렐브라고 불렀다. 주렐브는 자신의 뿔에 맹세코 콜을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열 걸음 정도 달렸을 때 첫 번째 화살이 주렐브의 몸에 박혔지만, 주렐브는 그대로 달려 콜을 숲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림자 수행 사제들이 쏟아져나와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자기!” 라칸이 외쳤다. “대롱활이 좋아, 활대롱이 좋아?!”


나도 한바탕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싸움에 뛰어들었다.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그림자 수행 사제들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울창한 숲 깊숙이까지 들어가 안전해졌을 무렵, 주렐브는 이미 상처를 치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콜은 주렐브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피가 풀잎에 점점이 묻어 있었다. 우리는 주렐브의 영혼이 기쁨과 평화 속에서 우리 조상들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주렐브의 가족들은 몇 달 동안이나 슬픔에 잠기겠지만.


나는 이미 죽음에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가슴에 사무칠 때가 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라칸이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라칸을 위해서라도 나는 강해져야 했다.


그래도 아쿠니르 영사는 무사히 구출했지 않은가. 아쿠니르는 아내의 어깨에 얹었던 손을 거두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남쪽에 친구들이 있네. 킨코우 결사단에게 사태를 알려줘야 해.”


“인간들이 협정을 어겼어요.”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건 심각한 침해 행위에요. 모르시겠어요? 우리에겐 마법이 생명 그 자체이지만, 인간들에게 마법은 그냥 탐나는 힘일 뿐이죠. 그놈들은 우리가 정한 경계 구역을 절대 존중하지 않을 거라고요.”


“인간은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집단이야, 자야. 협정을 어긴 건 제드와 그자가 이끄는 그림자단이지, 인간들 전체가 아닐세. 그들이 저지른 짓을 인간 전체의 탓으로 돌릴 순 없어.”



“너무 순진하시군요. 남쪽의 당신 친구들은 당신을 배신할 거예요. 그 후에는 우리 바스타야 종족의 씨를 말리려 덤벼들겠죠.”


“킨코우 결사단은 명예를 중시하네. 내 말을 믿어줄 거야. 나도 그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고.”


“그렇다면 당신은 순진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고요.” 아쿠니르는 내가 자신에게 그런 말투를 쓰자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 따위는 집어치우기로 했다. 내가 외교관도 아니고, 또 외교가 무슨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콜이 일어섰다. 얼굴에는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어려 있었다. “아쿠니르, 난 북쪽으로 돌아가겠어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에게 똑똑히 알릴 거예요.”


솔직히 말해, 난 콜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아쿠니르의 눈이 생기를 잃었다. “콜, 이러지 말아요.”


“난 주렐브의 부족민들에게 주렐브가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려줄 거예요. 그런 다음에는 무기를 모으고 부족민들을 훈련시켜 전쟁 준비를 할 거고요.”


“그러면 안 돼요!”


콜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는 당신에게 한 언약을 저버릴 것이고, 당신이 내게 한 언약도 저버리겠어요.”


“콜… 제발…” 아쿠니르의 목소리는 떨렸다.


“됐어요.” 콜이 말했다.


아쿠니르 영사는 콜 쪽으로 한 걸음 옮겼지만, 라칸이 제지했다.


“아내하고 말 좀 하게 해주게.” 아쿠니르는 라칸에게, 그리고 수행단에게 말했다.


하지만 콜은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그녀는 나를 흘긋 보았고,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외교관의 아내가 아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그녀는 이제 전사의 모습이었다. 콜은 수행단 중에서 자신을 따르겠다는 바스타야 종족을 골라냈다. 둘을 빼고는 모두 콜에게 충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마워요, 자야.” 콜은 이 말만 남기고는 수행단을 이끌고 숲의 북쪽으로 가 버렸다.


아쿠니르와 남은 두 수행원은 콜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라칸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심장이 내 심장과 같은 박동으로 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사이에는 저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줘, 자기.” 내가 말했다.


“우린 저들과 달라, 자기.” 라칸이 나를 안심시켰다. “우린 저들하곤 완전 다르다고.”


나는 나무들 사이로 콜이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이젠 어디로 갈까, 자야?”


“일단… 여기 조금만 더 있자.”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라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라칸은 자기 깃털로 나를 덮어주고 양팔로 나를 감쌌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내 머리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대로 언제까지나 있었으면.


“아까 한 말 다시 말해봐.” 내가 말했다.


“우린 저들과 달라.” 라칸이 말했다. “우린 저들과 다르고말고.”


라칸은 미소를 짓고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우리가 알파에 폭포에서 했던 맹세가 떠올랐다. 라칸의 심장은 나를 위해 뛰고, 내 심장은 그를 위해 뛴다. 라칸의 품, 라칸의 숨결, 라칸의 미소가 이젠 내 고향, 내 집이다.


집이 최고라는 말이 있듯, 라칸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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